◇환율 급등 후 ‘쉬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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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6.1원 내린 1430.9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35.0원) 기준으로는 4.1원 내렸다. 개장 직후 환율은 1430원을 하회했으나, 다시 반등하며 1432원으로 올랐다. 이후 환율은 하락 폭을 확대하며 오전 10시 27분께는 1426.1원까지 급락했다. 현재 환율은 소폭 반등해 1420원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따른 위안화 강세를 쫓아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7.24위안대까지 내려왔다. 현재는 7.25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중앙정치국은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내수를 안정시키겠다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당히 온건한 통화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중국 경제정책 기조는 오는 11~12일 예정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국내 증시가 4% 이상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00억원대를 순매도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1900억원대를 순매수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에 대한 경계감으로 인해 환율 상단이 제한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 정부·한국은행은 이날 개장 전 회의에서 “시장 대응 여력은 충분하며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대해 시장심리 반전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외환시장은 세계 9위 수준의 4154억달러 규모 외환보유액과 순대외금융자산 9778억달러(9월 말) 등을 감안하면 시장 대응 역량이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는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달러인덱스는 9일(현지시간) 저녁 9시 56분 기준 106.18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는 12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자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엔 환율은 151엔대로 올랐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중국 부양 관련해서 위안화 강세에 원화가 연동되고 있다”며 “그동안 급하게 환율이 오른 것을 되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은행의 다른 딜러는 “외환당국이 경계감을 심어주고 있어서 롱(매수)플레이를 억제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계엄령 이후에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업체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 네고(달러 매도)보다는 결제 쪽이 급한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내년 예산안·尹조기퇴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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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산안을 두고 여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예산안을 두고 정국이 다시 혼란스러워진다면 외국인 투자심리 약화를 불러일으키며,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또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청산이 거세지면서 환율이 반등할 수 있다.
또한 이날 여당은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내년 상반기 대선 실시를 골자로 한 정국 수습 로드맵 초안을 마련, 한동훈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TF 초안에서는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또는 ‘4월 퇴진 후 6월 대선’ 등 두 개 시나리오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정국 상황과 관련해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이어질 지가 관건이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탄핵은 단기적인 이슈는 아닌 것 같지만, 이미 시장에서 가격에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 오후에도 1430원 위로는 경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