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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서점인의 제안…“표지 독서, 책과 친해지는 첫걸음”

김미경 기자I 2025.02.12 13:07:20

`책 고르는 책` 저자 손민규 예스24 MD 인터뷰
독서근육 키우려면 완독 집착 말고
미스터리 추리소설·인물 평전 권해
책 내용 제대로 이해하려면 후기 써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표지 독서’도 독서다. 안 읽는 것보단 낫다.”

국내 대형서점 예스24에서 16년째 책 고르는 업무를 하는 손민규(41) 상품기획담당(MD)의 말이다. 출판업계에서 소문난 독서광인 그는 “책의 앞 표지 제목과 띠지를 훑고 난 뒤 저자를 살피고, 뒤표지 핵심 요약과 추천사를 읽고 나면 책의 얼개를 짐작할 수 있다”며 “아직 책 읽는 근육이 안 붙은 사람이라면 ‘완독’에 집착하지 말고 책과 먼저 친해지라”고 조언했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7만 여종의 신간 중에 인문·사회·자연과학 도서를 추리고 독자에게 책을 안내(큐레이션·편집자)하는 작업을 하는 손 MD는 최근 16년의 노하우를 담은 산문집 ‘책 고르는 책’(포르체)을 펴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거나, 짧은 시간 내 양서를 효율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 수많은 책 사이에서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책 안내서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손민규 상품기획담당(MD)은 책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이 직업이 좋아 16년째 서점으로 출근 중이다. (사진=저자 제공).
◇책 고르는 데 도가 튼 ‘서점인’의 독서 안내 가이드

읽기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손 MD는 최근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책을 읽는 행위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리언 울프가 쓴 ‘다시, 책으로’을 인용하며 “인간의 읽기 능력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고, 어렵사리 획득하더라도 꾸준히 연마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 운동, 게임, 외국어와 마찬가지다. 꾸준히 읽어야 속도가 붙고, 읽을 맛도 난다”고 귀띔했다.

독서 근육을 키우고 싶은 ‘책알못’(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서는 “소설부터 보라”고 추천했다. 그는 “우리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 사건, 공간에 끌린다”면서 “드라마나 영화보다 보통 사람이 주요 등장인물인 소설이 친근하다. 이것도 어렵다면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는 추리 소설이나 인물 평전을 보라”고 말했다.

추천 도서로는 △세계 3대 미스터리로 불리는 앨러리 퀸의 ‘Y의 비극’ △윌리엄 아이리시가 쓴 ‘환상의 여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출판사 교양인의 문제적 인간 시리즈를 꼽았다.

손민규 예스24 MD가 쓴 ‘책 고르는 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책을 고르는 것이 어렵다면 베스트셀러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 MD는 “베스트셀러란 집단 지성, 집단의 욕망”이라며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독자에게 우리 사회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추천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초역 부처의 말’(포레스트북스)도 읽어볼 만하다고 권했다. 2500년 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온 부처의 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봤다고 한다. 손 MD는 “어릴 적 세계문학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국어사전을 펴놓고 노트에 기록했다. 단어를 알아도 이해가 안 가는 문장은 여러 번 곱씹었다”면서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을 찾아 읽었고, 매년 50~60권을 완독했다. 서울대에 갈 수 있었던 건 책 덕분”이라고 웃었다.

읽는 근육을 어느 정도 키웠다면, 리뷰를 쓰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두 눈이 활자를 읽어내려갈 때는 다 이해한 것 같지만, 막상 책 내용을 축약하려면 바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독서 순간이 학(學)이라고 한다면 읽는 내용을 익히는 습(習)이 함께 해야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독서 후기를 짧게라도 기록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볼거리가 많아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왜 독서를 해야 할까. 그에게서 “유익하고 무해하니까”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손 MD는 “가장 정제된 콘텐츠에 출판사를 통해 검증한 책은 기승전결 잘 만들어진 유튜브 영상과 달리 스스로에게 의문을 갖고 질문하게 만든다”며 “다시 찾아보고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책이 가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를 걸고 책을 쓰잖아요. 그 세월을 불과 몇 시간 만에 터득할 수 있다니, 꽤 괜찮은 거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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