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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급과잉·고환율·파업리스크…현대제철 ‘삼중고’(종합)

김은경 기자I 2025.01.22 15:08:05

작년 영업익 3144억…전년비 60.6%↓
올해 업황 소폭 개선…‘상저하고’ 흐름
‘반덤핑’에 저가 철강재 수입 감소 기대
고부가 강판 개발 속도…설비투자 확대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현대제철이 지난해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일본의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올해는 금리 인하와 주요 시장인 중국의 고강도 경기 부양책으로 철강 시황이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을 통해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리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목표다.

현대제철(004020)은 22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3조2261억원, 영업이익 3144억원, 당기순이익 12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0.6%, 72.2%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현대제철)
◇“열연 반덤핑 올해 7월 예비 판정 전망”

지난해 전체 판재 판매량은 1167만1000톤(t)으로 전년 대비 9만6000t 소폭 증가했다. 반면 건설 시황 악화 탓에 봉형강 판매량은 540만1000t으로 전년 대비 92만6000t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량은 1707만2000t으로 전년 대비 147만8000t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황 침체에 따라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료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제조원가 부담 자체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기조와 중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점진적인 시황 개선을 예상했다.

사업별로 판재부문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로 국내 유입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제품 판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보룡 판재사업본부장 부사장은 “반덤핑 예비판정 일정에 따라 시장에서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0월 현대제철의 후판 반덤핑 제소에 대한 조사개시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이에 대한 예비판정이 오는 2월 말에서 3월 초쯤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소장을 제출한 열연의 경우 빠르면 올 2월 조사 개시 여부가 나오고 7월 예비판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업황도 밝은 편이다. 이 부사장은 “자동차는 기준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둔화로 생산량 증가가 전망되고 조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탄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후판 수요가 계속해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봉형강 시장은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이 개선되고 정부의 공공사업 발주가 늘면서 건설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 등 대형 프로젝트도 예고돼 있어 수익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판매 계획은 지난해 1707만t에서 5.5% 증가한 1801만t으로 잡았다.

현대제철 지난해 연간 실적 요약.(자료=현대제철)
◇글로벌 차강판 비중 2030년 30%까지 확대

현대제철은 3세대 강판 개발 등 고부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차강판 공급 능력을 높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향 차강판 판매 비중을 2024년 19%에서 2030년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국 조지아와 인도 푸네 스틸 서비스 센터(SSC·steel service center) 건설로 자동차 강판 해외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성장 시장 투자도 지속한다. 조지아에 준공한 SSC 연간 생산능력은 25만t으로 현대차그룹 현지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에 발맞춰 현지 전기차 소재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연간 생산능력 25만t 규모의 푸네 SSC도 올 3분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차량의 전기화·전동화 흐름에 발맞춰 고강도·고성형 3세대 강판 생산 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통해 초고장력 강판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후판 열처리 설비를 증설해 에너지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 후판 생산에도 집중한다. 봉형강 제품의 경우 건축용 강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H-모듈러 랩’을 구축하고 모듈러 건축용 H형강의 신규 수요 개발에 나선다.

지난해 설비투자(CAPEX) 비용은 1조6165억원이다. 올해는 비용이 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철강사가 되기 위해 구조 개선이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편 연초부터 파업에 나선 노동조합과의 갈등은 올해 현대제철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상견례 이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내달 11일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대규모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원들은 지난 10일부터 닷새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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