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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개편 필요성 제기한 정책실장…해외사례서도 '대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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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 기자I 2026.05.04 17:33:36

정부, 저신용자 고금리 구조 문제 제기…개선 필요성 부각
미국·유럽·일본 모두 신용위험 기반 금리 체계 유지
대안신용평가 확대에도 규제·리스크 부담에 확산 제한

[이데일리 김형일 양희동 김국배 기자]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은행권 개인 신용평가 제도의 취약점을 연일 지적하면서, 금융 접근성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현실적인 대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신용 차주가 고금리로 내몰리는 구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신용위험에 따른 금리 결정이라는 금융의 기본 원리와 기존 시스템을 고려할 때 이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신용자의 고금리 부담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해외 주요국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챗GPT)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 신용평가 체계가 저신용 차주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는 1990년대 말 도입된 개인 신용평가 제도가 과거 상환 이력과 금융 거래 기록을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금융 이력이 부족한 차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 방식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문제 제기다.

개인 신용평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사례에서도 이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FICO(Fair Isaac Corporation)가 개발한 신용점수를 중심으로 신용평가가 이뤄진다. 개인의 결제 이력과 부채 수준, 신용 이용 기간 등을 종합해 점수를 산출하며, 이 점수가 대출 승인 여부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점수 기반으로 금융 접근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구조다.

유럽 역시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평가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경우 ‘SCHUFA’라는 신용정보회사를 중심으로 신용정보가 관리되며, 상환 가능성을 확률 형태로 제시하는 등 방식에 차이는 있으나 과거 거래 이력을 기반으로 신용위험을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영국은 여러 신용평가 기관이 동시에 점수를 제공하는 구조로, 금융기관이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다른 주요 국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점수 중심보다는 거래 정보 자체를 중시하는 평가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CIC 등 신용정보기관이 대출 이력과 상환 기록을 관리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개별 심사를 진행하는 구조다. 호주는 최근 포괄적 신용보고(CCR·Comprehensive Credit Reporting) 제도를 도입해 연체 정보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상환한 이력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신용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로 평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신용위험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는 기본 구조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개인 신용평가 제도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대 들어 금융사들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한 이후 고도화를 이어왔으며, NICE 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정보회사의 데이터를 결합하면서 현재와 같은 신용점수 기반 평가 방식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요금, 공공요금 납부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반영하는 대안신용평가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외 사례로 볼 때 개인 신용평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정착된 현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취약차주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신용위험에 따른 금리 결정이라는 금융의 기본 원리상 이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신용평가 체계는 IMF 이후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인 만큼 담보와 상환 이력 중심 평가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중간 신용 구간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데 비용과 리스크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안신용평가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 결합이 필요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금융권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관행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빠른 확산에는 제약이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와 규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결국 신용평가 체계 개편은 필요성과 현실 사이의 간극 속에서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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