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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이날 이란이 미군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것을 단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란 지도부가 여전히 미국에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며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란에 승리란 곧 정권의 생존, 그리고 세계 주요 해상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인정받는 형태의 억지력 강화를 의미한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농축 우라늄 재고와 핵 프로그램 등 핵심 의제를 다룰 장기 협상의 틀을 마련하는 데 기대를 걸어 왔다. 미국 내에서 이번 전쟁이 인기가 없는 만큼 그는 ‘승리’로 포장할 출구를 원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BBC는 두 정상이 오래된 교훈을 다시 배우고 있다고 짚었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쉬워도 명백한 승리로 끝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에 돌입할 당시 두 사람은 각각 영상 성명을 내고, 1979년 팔레비 왕정 붕괴 이후 이어진 이란 정권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듯한 어조로 역사적 전환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 내에 승리를 거둘 것을 기대했다. 미군이 눈 깜짝할 새에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붙잡아 뉴욕의 교도소로 보내고 순응적인 후임자를 카라카스에 앉힌 ‘교과서적 정권교체’를 흡족하게 지켜본 그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식 ‘끝없는 전쟁’과 달리 이란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봤다. 세계 최강 미군과 ‘중동의 슈퍼파워’ 이스라엘을 감안하면 충분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두 정상은 거의 50년간 위협에 맞서 생존을 설계해 온 이란 정권의 회복력과 비정함, 교활함을 과소평가했다는 게 BBC의 진단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와 측근들을 제거하면 정권이 내부에서 붕괴할 것으로 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란의 신진 지도부는 전임자들만큼 이념적이면서도 훨씬 더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레바논 전쟁과 걸프 전선을 연결하는 전략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계속 폭격하고 헤즈볼라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어떤 합의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일관된 메시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 계획을 만류했다. BBC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레바논 상황과 걸프 상황의 연계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연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이라는 자국 이해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지속 의지보다 앞세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3월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여전히 닫혀 있다. BBC는 “획기적인 외교적 돌파구가 없는 한 조만간 재개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는 높은 수준의 국제유가 및 이에 따른 전 세계 경제·에너지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한편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아파치 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레이더 시설과 방공망 등이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