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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러한 단일화 시도에 연일 선을 그으며 완주 의사를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일화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 후보가 자정 회동을 시도한 데 대해선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몰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동탄의 기적’을 다시 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동탄은 경기 화성 지역으로, 지난 총선 당시 그는 이 지역에서 거대 양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바 있다. 이 후보는 당시처럼 양당에 대한 거부 정서를 흡수하며 중도·청년층 지지를 모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의 가능성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사전투표일 전날까지 단일화 협상은 무산됐지만, 본투표일 전날까지 이 후보가 사퇴하고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일부 유권자 표심을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분간 삼자 구도 속에서도 단일화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후보는 이날 인천 계양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단일화 관련 질문에 “저는 마지막까지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전체적으로 하나로 뭉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이 후보의 정치 인생이 큰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윤석열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처럼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대로 지지층을 바탕으로 제3지대 정당을 이끌 수 있다는 낙관론이 엇갈린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이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에 힘을 실어주러 온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향후 투표율 전망에 대해 “두 자릿수 이상만 얻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삼자 대결을 해야 하는데, 이준석이 어느 쪽 표를 끌어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선이 불발되더라도 유의미한 득표율을 거두면 정치적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관적 시각도 적지 않다. 보수 단일화가 무산된 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이준석 후보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준석 후보는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려면 보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보수 유권자를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보수층의 거부감이 커질 경우, 이 후보를 지지하는 2030 남성 유권자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진보 진영의 정의당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