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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이사 선임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번 주총 승부는 MBK·영풍 연합 쪽으로 다소 기울게 됐다. 현재 의결권 기준으로 MBK·영풍 연합은 46%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최 회장 측에 약 7%포인트(p) 앞서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미 집중투표제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바 있어 MBK·영풍의 의결권 과반 확보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연합 측 인물 장형진 고문 포함)으로 이뤄져 있는데, MBK·영풍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총 14명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사항으로 참석주주 50% 이상 찬성을 조건으로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시 주총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MBK·영풍 연합이 의결권 과반을 차지하진 못했기 때문에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 주주의 표심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지분 4.51%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찬성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의 의견도 엇갈려 소수 주주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 더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MBK·영풍 연합은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혁에 신호탄이 쏘아졌다”며 “이사회의 개편과 집행임원제도의 도입 등 실질적인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