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반전카드 ‘집중투표’ 무산…MBK·영풍 ‘표 대결’ 우세

김성진 기자I 2025.01.21 17:12:54

법원, '집중투표 이사 선임' 금지 인용
"상법 규정 위반해 적법한 청구 아냐"
MBK·영풍, 의결권 46%로 과반 근접
주총 뚜껑 열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반전카드로 꺼내 든 ‘집중투표 이사 선임’이 무산되면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경영권 분쟁에서 다시 승기를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지며 최윤 회장 측에 유리하게 흐르는가 싶었지만, 법원이 MBK·영풍 연합이 제기한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이젠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임시주총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번 가처분은 MBK·영풍이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집중투표제는 도입되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이사가 선임될 수는 없게 됐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정관이 명시적으로 집주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도입하는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집중투표제 이사 선임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번 주총 승부는 MBK·영풍 연합 쪽으로 다소 기울게 됐다. 현재 의결권 기준으로 MBK·영풍 연합은 46%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최 회장 측에 약 7%포인트(p) 앞서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미 집중투표제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바 있어 MBK·영풍의 의결권 과반 확보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연합 측 인물 장형진 고문 포함)으로 이뤄져 있는데, MBK·영풍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총 14명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사항으로 참석주주 50% 이상 찬성을 조건으로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시 주총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MBK·영풍 연합이 의결권 과반을 차지하진 못했기 때문에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 주주의 표심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지분 4.51%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찬성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의 의견도 엇갈려 소수 주주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 더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MBK·영풍 연합은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혁에 신호탄이 쏘아졌다”며 “이사회의 개편과 집행임원제도의 도입 등 실질적인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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