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럽은 내일의 아시아”…불안감 커지는 일본

2월 7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과 유럽의 분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일미군 전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란 미국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오랜 동맹 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최근 아시아 각국의 외교·안보당국자 사이에서는 2가지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만큼, 아시아의 주둔하는 미군의 숫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다. 유럽에 대한 군사적 기여도가 약해지는 만큼, 아시아에 전력을 집중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은 국내 문제를 우선시하는 만큼, 해외로의 군사적 관여를 줄이고 싶어한다는 의견이다. 유럽보다 중요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아시아에도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다.

닛케이는 최근 정보를 취합하면 두번째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하나 군사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친밀함을 가지고 있다.

이미 미국 정권에서는 아시아에 이 정도의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JD 밴스 등 국내 우선파이다.

물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며 아시아에서 미군의 숫자를 줄이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다만 닛케이는 내년 가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요구하는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도 염두에 봤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인 필리핀에서도 이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일 일본 국제교류기금 등이 필리핀에서 개최한 미일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로메르 주드 온 전 필리핀 해군부사령관은 “중국군의 해양진출이 이대로 지속되면 인도태평양의 병력을 미군이 축소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공존공영의 길을 선택해, 필리핀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시나리오에 대응할 플랜B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군 간부에 의하면, 미중 접근으로 필리핀이 고립되는 상황과 관련해 은밀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닛케이는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책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아시아 주둔 미군을 줄이지 않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 미군의 관여를 지속하기 위해 각국이 방위력을 크게 늘리는 것, 미국 이외의 우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닛케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아시아에서 철수에 나선다면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에서 이 안보를 매우는 것은 아주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