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광화문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관광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과 성장을 위한 세미나-ROAD TO GLOBAL’에서 국내 관광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은 단기 성과 중심에 머무르고, 기술 인프라는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며, 투자 생태계 역시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임형택 선문대 글로벌관광학과 교수가 ‘관광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전략과 국내관광산업진흥을 위한 과제’를 주제 발표했다. 이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토의에서는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원장이자 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인 이훈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패널에는 윤석호(데이트립코리아), 권용근(페어플레이), 석영규(올마이투어), 배인호(트레볼루션) 대표가 참여해 생생한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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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을 해도 방향이 틀렸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가장 큰 문제로 정부의 단기성과 중심 정책을 꼽았다. 사업계획서(PPT)로 평가하고, 숫자로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윤석호 대표는 “이런 구조에선 장기적인 서비스 개선이나 글로벌 확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권용근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가 관광 플랫폼을 중복해서 만들고, 앱 하나에 수천만~수억 원을 쏟는 식”이라며 “제대로 된 콘텐츠나 인프라 구축보다는 겉모습만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두 번째 문제는 기술 인프라의 단절이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들이 사용하는 구글 지도나 글로벌 결제 시스템(스트라이프)은 세계 표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도 정보가 정확하지 않고, 외국인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다.
배인호 대표는 “구글 지도에서 관광지 위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외국인은 인증 절차 때문에 결제를 아예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석영규 대표는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실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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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투자 사각지대… 돈이 돌지 않는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세 번째 한계는 투자 부재다. 관광 산업은 수익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 구조도 간접적인 경우가 많아 벤처캐피털(VC)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R&D나 관광진흥기금 등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지적됐다.
석영규 대표는 “관광은 단순 콘텐츠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연결되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하지만 정책과 투자 전략이 이 산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준 대표 역시 “스타트업은 이미 세계로 나가고 있는데, 제도와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을 진행한 이훈 교수는 “한국의 관광산업은 공공 주도로 체계화돼 있지만, 민간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는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광을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단지 앱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의 경험을 설계하고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며, “이들을 위한 법과 예산, 기술 환경, 투자 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의에서 패널들은 “관광 스타트업들은 세계 시장을 바라보며 기술과 콘텐츠로 도전하고 있지만, 국내 정책과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로 향하는 길은 이미 열려 있지만그 길을 걷기 위한 시스템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지원이 아니라 기초 체력부터 다시 짜는 일”이라며 “관광 스타트업이 진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인프라·투자’ 구조 전반의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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