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또 '꾸벅꾸벅'…전두환, 재판 30분만에 퇴정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9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재판 내내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씨는 이날 8시 25분께 부인 이순자 씨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43분께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으며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전씨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 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전씨는 법정에서 신원 확인 질문에 이씨의 도움을 겨우 답변했으며, 재판 중에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재판부는 “피곤인은 지금 호흡이 곤란하십니까”라고 묻자 이씨가 대신 “식사를 못하시고 가슴이 답답하신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 퇴정을 명령, 전씨는 이씨의 부축을 받으며 경호원, 법정 경위에 둘러싸여 퇴정했다. 이는 재판이 시작된 지 20여 분만이었다.

10분 뒤 재판부는 전씨를 다시 불러 곧바로 종료를 선언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30일 오후 2시로 잡혔다.

앞서 전씨는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법정 출석을 거부했으나 골프를 치는 모습이 목격돼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하자 지난해 11월 말 선고 공판 이후 8개월여 만에 법정에 섰다.

그러나 전씨는 재판에 참석해서도 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비난을 샀다.

전씨는 서울 자택 앞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전 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한 헬기 사격을 했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전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전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