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광화문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관광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과 성장을 위한 세미나-ROAD TO GLOBAL’에서 임형택 선문대학교 글로벌관광학과 교수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규제 완화와 기술 인프라 구축, 그리고 투자 생태계 혁신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날 ‘관광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요즘 관광은 앱 하나로 세계 어디서든 예약과 결제가 가능해야 하는 시대”라며 “국내 스타트업은 여전히 종이 신청서 같은 구조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예약 및 결제 시스템에서 관련 규정의 불명확성과 기술 연동의 어려움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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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한국 관광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대표적인 불편으로 ▲정확하지 않은 지도 정보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부재를 들었다. “구글 지도에서 한국 관광지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외국인들은 카드 인증 문제로 결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기술 인프라 부족은 스타트업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기술 규제 개선과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도 같은 맥락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양대 이훈 교수(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토의에는 관광 스타트업 대표들이 직접 참여해 현장의 고충을 공유했다. 윤석호 데이트립코리아 대표는 “정부 지원은 단기성과 중심이며, 수치로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두 번째 문제는 ‘기술 인프라 단절’이다. 글로벌 OTA들이 사용하는 구글 지도, 스트라이프(Stripe) 등은 세계 표준이지만, 한국에선 지도 오류와 결제 실패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배인호 트레볼루션 대표는 “한국은 IT 강국이라지만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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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재정비 필요”
세 번째 장애물은 ‘투자 부재’다. 관광 스타트업은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구조가 간접적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털(VC)의 외면을 받기 쉽다는 현실이 지적됐다. 석영규 올마이투어 대표는 “관광은 지역 경제와도 직결된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여전히 정책과 자금은 콘텐츠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해외 성공 사례로 홍콩의 클룩(Klook), 독일의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 국내의 마이리얼트립, 트립비토즈 등을 언급하며 “현지화된 콘텐츠와 글로벌 시스템, 로컬 파트너십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키워낼 제도적 토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훈 교수는 “관광 스타트업은 관광객의 경험을 설계하고,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창의적 존재”라며 “공공 중심의 관광산업 구조에서 민간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관광 R&D의 상용화 지원 ▲전용 지원센터 설치 ▲글로벌 결제 관련 규제 정비 ▲공공과의 공동기획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입을 모아 “지금 관광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원’이 아니라, 기초 체력부터 다시 짤 수 있는 구조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로 향하는 길은 이미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게 하려면, 인프라·제도·투자라는 세 가지 기둥이 단단히 뒷받침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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