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51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보다 배터리 캐즘 충격을 크게 받으며 재무구조 역시 빠르게 악화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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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130% 수준의 부채비율은 200%를 찢고 올라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엘앤에프의 부채비율은 255%로 집계됐다. 기업이 단기부채를 얼마나 쉽게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1년 만에 135%에서 81%로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엘앤에프는 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2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이자율 등 이견이 발생하며 계획을 접었다. 영구채는 분명 부채지만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통 스텝업(금리인상) 조항 등이 붙어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 압박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엘앤에프는 영구채 발행 대신 기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해 소각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12월 1700억원 규모의 해외 CB를 만기 전 취득해 소각한 데 이어 1000억원 규모의 CB를 추가 매입하고 소각했다. 다만 1000억원의 CB를 재발행하기로 하면서 보통주 전환가액을 기존 대비 40% 넘게 낮췄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내면서도 현금흐름만큼은 흑자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166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실제 기업에 돈이 얼마나 유출되고 유입됐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엘앤에프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채권을 서둘러 회수하고 재고자산을 감축하는 방법 등을 통해 현금흐름 흑자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엘앤에프가 경쟁업체에 비해 적자규모가 큰 이유로는 열위한 협상력이 꼽힌다.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대기업집단을 등에 업은 업체들과 비교해 매출처와의 영업 줄다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했을 때 매출처에 제품을 밀어 넣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