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4일 오전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파급효과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87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KIAF는 기계, 대한의료데이터,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백화점, 석유, 섬유, 시멘트, 엔지니어링, 자동차모빌리티, 전자정보통신, 제로트러스트보안, 조선해양플랜트, 철강, 체인스토어, 항공우주, 화학 등 19개 단체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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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KIAF 회장은 “문제는 현장의 법적 기준과 절차는 여전히 불명확하여 노동위원회 절차 진행 등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된 곳은 103개소였으나 실제 본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10개소에 그쳐 많은 기업이 본연의 생산활동 대신 가짜 노동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부처와 노동부처가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중국 등 경쟁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하청교섭이 실제로 시작되면 교섭 절차 개시 단계부터 실무상 혼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나 쟁의 돌입 전에 실질적 지배력을 사전에 판단해 공고해야 하는지, 원청 사업장에 흩어진 다수 하청 근로자에게 교섭요구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알려야 하는지 등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복수 하청노조가 원청에 동시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기준도 불분명하다”며 “기존 원청 노조와 복수의 신설 하청노조를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묶어 교섭할 것인지, 교섭단위를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을 경우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로 교섭절차 자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체철소 용광로, 바이오 제약 등 연속 공정이나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까지 동일하게 대체근로가 제한될 경우 산업현장의 피해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처럼 파업 시 대체인력 활용 권리를 부분 보장하고,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 손해배상 합리화 기준 확립, 파업 제한 장치 구체화 등 산업평화 유지를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 하청노조 10곳의 공동 교섭요구 사례처럼 공정 통합과 라인 연동을 이유로 안전·성과급·근로시간 전반이 원청 교섭의무로 확대될 수 있다”며 “물류·플랫폼 분야에서도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갈등에 따른 CU 물류 배송 차질 및 안전상비의약품 결품 사례처럼 교섭·쟁의가 공급망 차질과 소비자 피해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제조 지원하청에서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을 급식 협력업체인 웰리브지회 하청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한 사례처럼, 생산과 직접 관련성이 낮은 급식·세탁·청소·경비 업무까지 원청 교섭의무가 확대될 수 있어 사용자성의 무한확장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개정 노조법을 둘러싼 산업현장 혼란의 근본 원인은 입법기술의 부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구내식당 등을 사용자성과 무관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노동위원회가 급식·세탁, 보안·경비 등 비핵심 업무까지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법문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성문법 국가에서는 숨은 입법의도보다 법문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 법문 자체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성과급 문제도 마찬가지로 종래 노조법 법문과 대법원 판례, 노동부 지침상 성과급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함에도, 개정 노조법 제2조 제5호의 불명확한 조항으로 인해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며 “노동부와 국회는 혼란을 방치하지 말고 노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정 노조법은 하청근로자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하지만,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권 확대는 교섭비용과 생산비용을 높이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과 하청 수요를 감소시켜 하청근로자의 처우 개선 여지 자체를 줄이고, 단기적으로도 하청 단가 상승을 통해 원청과 하청의 경쟁력을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러 하청 노조들이 원청에 요구하고 있는 이른바 ‘영업이익의 N% 성과급’도 근거가 모호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청 노조와 원청이 성과급 지급에 합의할 경우, 실제 금품을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하청업체가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이 하청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는지부터 법적·경영상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근본적으로는 성과급이 단체협약으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기업의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의결 사항인지도 불명확하다“며 ”노란봉투법이 국가경제, 산업현장,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입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편익·비용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앞으로 원청 사용자성과 교섭의제를 둘러싼 노사 간 대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노동계가 부당노동행위 주장이나 파업을 통해 원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노사갈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갈등의 핵심인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는 등 개정 노동조합법에 대한 보완책을 조기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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