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3일(현지시간) 인도 루피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86루피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강력한 고용지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며 달러 가치가 상승한데다 유가가 급등하며 석유 순수입국인 인도의 투자심리는 악화된 영향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루피는 이날 최대 0.5% 하락해 1달러당 86.4187루피를 기록했다. 아시아 대부분 통화가 달러화 가치에 하락한 흐름을 따라갔지만,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외국자금 유출은 이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가 루피를 달러화에 묶어놓는 관리변동환율제를 포기하면 루피화는 추가하락할 전망이다. 그동안 인도중앙은행(RBI)은 외환보유액 등을 활용해 루피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이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9월 705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RBI 외환보유액은 지난 12월 27일 기준 6400억달러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루피화가 현재 인도의 경제 상황에 비해 과대 평가되면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루피의 무역경쟁력을 측정한 실질실효환율(PEER)은 11월 108.14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PEER이 100보다 높으면 통화가 과대평가 100보다 낮으면 통화가 저평가된 상태로 간주되며, 이 경우 루피화가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약 8.14%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니카 파스리차 유니온뱅크오브인디아 수석경제고문은 “장기적으로 기본 원칙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루피화는 평균적으로 2~3% 평가절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브칼 리서치는 지난주 인도중앙은행(RBI)이 루피를 달러화에 묶어놓는 관리변동환율제를 포기하면 올해 루피가 달러당 90루피를 초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브칼 리서치의 분석가 우디스 시칸드와 톰 밀러는 “루피 가치가 달러당 95루피까지 하락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통화 당국이 루피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이자율을 낮추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역시 루피의 연말 환율 전망을 85.50루피에서 87.75루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