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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기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한때 145%까지 끌어올리고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중국도 자동차와 전자제품, 무기 생산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자석 공급을 제한하며 맞섰다. 이후 미국은 최고 수준의 관세를 낮추고 일부 수출통제를 완화했으며 양국은 잇따라 한시적인 휴전에 들어갔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자체적인 경제적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중국은 휴전 기간에도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중국의 전체 무역흑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크게 늘어 지난해 기록한 약 1조2000억달러(약 1630조원)와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통신장비, 전기차 등에서는 수입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은 더 회복력 있고 자립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간과 안정을 원한다”며 “이는 미국에 대한 노출을 줄일 시간을 준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중국은 전기차와 풍력·태양광, 전력망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왔다. NYT는 이 같은 투자가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공급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의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의 긴장 완화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 자산이 훼손되면서 소비가 위축됐고 식당과 쇼핑몰, 자동차 판매점 등 내수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부진 탓에 중국 경제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에 더욱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시 주석에게는 정치적으로도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은 내년 5년에 한 번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다. 시 주석의 권력 유지 가능성은 높지만 지도부 인선과 주요 정책 방향을 둘러싼 조율이 진행돼야 한다. 미국과의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수록 국내 정치와 경제 현안에 집중하기 쉬워진다.
이번 휴전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역시 두 달의 시간을 확보해 관세와 희토류 공급,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기술통제를 둘러싼 추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지난해 무역전쟁 초기와 비교하면 중국의 협상력은 한층 분명해졌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희토류 공급망으로 맞서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할 여지를 넓혔기 때문이다. 미중의 두 달짜리 휴전이 단순한 숨고르기에 그칠지, 중국이 대미 경제 의존도를 더 낮추는 시간으로 활용할지가 다음 협상의 힘의 균형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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