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 지불하겠다”…美LA 산불에 사설 소방업체 수요↑

김윤지 기자I 2025.01.13 15:32:37

NYT “하루 고용에 수천 달러 비용”
일부 부동산 업자들, 사설 업체 선택
수요 늘었지만 소화전 접근 등은 논란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 퍼진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일부 자산가들이 사설 소방업체를 동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건물이 불에 타면서 소방관이 이를 진압하고 있다.(사진=APF)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지역의 일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공공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사설 소방업체를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화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7~8일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자 릭 카루소는 자신이 소유한 쇼핑몰 팰리세이즈 빌리지를 보호하기 위해 애리조나 사설 소방업체를 배치했다. 해당 쇼핑몰은 말리부와 샌타모니카 사이 협곡에 자리잡은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NYT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재산(쇼핑몰)은 지켰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면서 “마치 전쟁터 같다”고 말했다.

LA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1만2000개 이상의 건물이 손상을 입었다. NYT는 “황폐해진 지역 사회에서 팰리세이즈 빌리지 같이 살아남은 건축물은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지난 10일 주(州) 정부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는 동안 사설 소방업체들도 현장에서 개별 주택들의 상황을 살폈다고 NYT는 전했다.

2018년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과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당시 발생한 LA 대형 산불로부터 저택을 보호하기 위해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설 소방업체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일각에선 두 사람이 막대한 부를 이용해 공공 서비스 영역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 지역 부동산 투자회사의 창업주인 키스 워서맨 또한 지난 7일 엑스(X·구 트위터)에 “주택 보호를 위해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빨리 행동해야 한다. 모든 집이 불타고 있다. 얼마든지 지불하겠다”는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오레곤의 사설 소방업체 그레이백 포레스트리에 따르면 소형 차량을 가진 2인 사설 소방대원은 하루에 3000달러(약 440만원), 소방차 4대에 20명의 소방관으로 구성된 팀은 하루에 1만달러(약 1470만원) 등 이들 고용 비용은 상당하다. 또한 사설 소방업체는 주로 정부 기관이나 보험회사 등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개인이 이들을 고용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NYT는 덧붙였다.

300개 이상의 민간 소방 단체를 대표하는 전미산불진압협회(NWS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전체 소방관의 약 45%가 사설 소방업체에 속해있다. 이들 대다수는 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일부는 보험회사에도 고용된다. 이들은 필요할 경우 지역 소방팀을 보충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형 화재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민간 소방업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이에 2018년 캘리포니아는 이를 규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법에 따르면 사설 소방업체는 화재 발생시 공공 소방 기관에 협조해야 하고, 공공 기관 소유 차량이나 비상등, 사이렌도 사용할 수 없다. 이 법이 통과된 이후 많은 민간 업체들이 주택 소유자와 직접 계약 맺는 것을 중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물에 대한 접근성, 특히 산불 발생 시 민간 소방관이 공공 소화전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이번 화재 발생 초기 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많은 소화전들이 말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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