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1등은 그만"…佛 쿠리르 인수로 차별화 꾀한 英 JD스포츠

김연지 기자I 2024.12.06 16:18:52

[EU있는경제]
JD스포츠, 프랑스 패션 스니커즈 리테일러 ''쿠리르'' 인수
지난 4월 1.5조 규모 M&A 이후 또 대규모 인수 진행
혁신 없는 안일한 1등 브랜드에 영향 안받겠다" 의지 표명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안일한 1등의 움직임에 더 이상 영향 받지 않겠다.’

최근 프랑스 대표 스니커즈 리테일러 ‘쿠리르’를 인수한 영국의 스포츠용품 리테일러 ‘JD스포츠’의 속내를 들춰보다면 위와 같을 것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JD스포츠는 이들 브랜드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왔다. 인력 감축으로 제품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브랜드가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 판매에 나선다든지,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소비자 수요가 떨어질 때마다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그런 JD스포츠가 최근 거금을 들여 프랑스의 대표 스니커즈 리테일러 쿠리르 인수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제품을 직접 만들고 충성고객과 실적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곳을 자회사로 두게 된 것이다. 회사는 이번 인수로 미국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최대 스포츠용품 리테일러 ‘JD스포츠’.(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6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 JD스포츠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 프랑스 쿠리르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거래 대상은 쿠리르 지분 전량으로, 인수금액은 5억 2000만유로(약 7366억원)다.

지난 1981년 설립된 JD스포츠는 트렌디한 스니커즈와 스포츠웨어, 관련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영국의 스포츠 리테일러다. 회사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과 가격대,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층에게 트렌디한 스포츠 패션을 빠르게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JD스포츠가 인수한 쿠리르는 프랑스의 스니커즈 리테일러로,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에서 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쿠리르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파리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한정판 스니커즈를 선보여왔고, 이를 통해 패션 스니커즈 부문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이런 점에서 쿠리르는 JD스포츠의 가려운 점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다. JD스포츠는 그간 나이키와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의류 제조업체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거나 제품 라인업을 간소화하는 등 안일한 움직임을 보이면, 이들 제품을 유통하는 JD스포츠도 고스란히 타격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JD스포츠는 글로벌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자 자체 브랜드로 패션 트렌드를 바짝 좇는 제품을 선보였으나, 글로벌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젊은 고객까지는 잡지 못했다. 브랜드와 협력해 트렌디한 제품을 쏟아내는 쿠리르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쿠리르는 유럽의 젊은 충성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고,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실적을 만들어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리르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지난해 7억 2580만유로의 연간 매출을 달성, 5030만유로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일부 스포츠용품 리테일러가 글로벌 스포츠의류 제조업체들의 실적 부진으로 덩달아 허덕이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JD스포츠는 쿠리르의 유럽 매장을 자사 네트워크에 통합하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스포츠 리테일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JD스포츠는 지난 2022년부터 유럽과 북미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소매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해왔다. 회사는 지난 2022년부터 브랜드 마케팅 회사 ‘모자이크그룹’과 호주 기반의 스트리트 패션 기업 ‘글로브 인터내셔널’, 미국의 스포츠용품 기업 ‘히벳’ 등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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