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후보는 이외에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를 서슴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에 대해서는 “과일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평균 가격을 보면 1㎏에 1만원인데 이 정도 과일을 2년 동안 드셨으면 2.8t이다. 코끼리를 키우냐”며 일명 ‘코끼리 발언’을 남겼고, 이재명 후보의 선거유세 발언을 일격한 ‘호텔경제학’ 공세도 1·2차 대선 토론에 이어 끌고 왔다.
다른 후보들의 난타전도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선대위가 5·18 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 위촉 논란을 일으켰던 점을 들어 ‘내란’ 프레임을 씌웠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두고 김문수 후보를 ‘윤석열 아바타’라고도 지칭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유죄 판결하면 판사를 탄핵한다, 특검한다고 한다”며 “세상에 이런 독재자가 있느냐. 적반하장 아니냐”고 반격했다. 이준석 후보의 12·3 비상계엄 당시 행적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경제 분야를 주제로 한 1차 토론에서는 에너지 공약의 현실성 등 정책 토론이 논의되나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 ‘호텔경제학’ 발언이 가장 크게 회자되며 정책 토론의 의미가 퇴색됐다. 후보자들의 과거 의혹과 발언을 끌고 온 2차 토론에 이어, 3차 토론에서는 가족 관련 의혹까지 공격 대상을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공세 수위가 높아졌다. 후보자 역량을 검증하기는 커녕 서로를 향한 극단화된 공세에 국가 운영을 위한 비전은 자취를 감췄다.
토론에서 격해진 감정은 고발전으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부정선거 관련 발언과 HMM 부산 이전 공약을, 민주당은 김문수 후보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를 부인한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각 당은 서로의 허위사실 공표 고발에 맞고발로 대응하는 등 난타전을 거두지 않았고, 이준석 후보는 3차 토론에서 한 성 관련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와 이병철 변호사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지난 20대 대선 토론에서 각 후보는 페미니즘을 두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극단적 네거티브 토론을 폈다고 비판받았다. 이번 21대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TV토론에서도 지난 대선처럼 서로의 약점을 걸고 넘어지는 네거티브 토론이 재현된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대선 후보자 TV토론을 보고) 실망하는 유권자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정책과 비전을 통한 경쟁이 아니라 과거의 말꼬리 잡기, 여기에 욱해서 치고받는 모습들이 재현된 부분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독보적으로 앞서자 선거보다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들이 네거티브 공세를 심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선거는 중도의 마음을 차지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이걸 알고 있음에도 (극단적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대선 이후 정치를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당내 정치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매우 중요하다. 본선을 졌다고 생각하고 향후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은 통합적 정치를 통해서 국가의 발전과 경제 발전, 삶의 향상을 이루길 바랐다. 하지만 갈등을 심화하는 행동에 대해 국민들이 정말 실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