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썰매장 열린 연천 '개미산마을'…마을 홍보·활기 '일석이조'

정재훈 기자I 2025.01.06 14:59:38

'20년부터 6년째 운영…겨울 한철 1만명 방문
아이들 없는 마을에 활기 불어넣어 '효과만점'
얼음썰매·팽이치기 놀잇감 모두 무료로 이용

[연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도 북단 연천군의 한 접경지역 마을이 겨울만 되면 수천명의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연천군 청산면에 소재한 백의1리 ‘개미산마을’ 이야기인데, 마을 입구에 위치한 약 4200㎡(1300평) 넓이의 논은 봄부터 가을까지 벼농사를 짖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나라 겨울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무료 썰매장으로 변신한다.

이철재(69) 백의1리 이장이 마을 청년회장으로 있던 시절 농한기인 동절기 만이라도 개미산마을의 활기찬 모습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힘을 모아 만든 무료 썰매장이 운영된지 벌써 6년째다.

많은 방문객들이 백의1리 개미산마을 무료 눈썰매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이철재 이장은 “처음에는 겨울에 농사를 짖지 않는 논에다 물을 대서 고향을 찾는 마을 주민들의 가족, 친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료 썰매장을 운영했는데 해가 거듭될 수록 개미산마을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더 신경써서 썰매장을 만들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달 22일 개장한 개미산마을 무료 눈썰매장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SNS나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매년 수리를 거쳐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썰매와 얼음팽이 등 언제든지 찾아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겨울 놀이감이 다양하다.

81가구 15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매년 겨울 한달여 동안 운영하는 썰매장을 찾는 방문객이 거의 1만명에 가까울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 전체에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지만 개미산마을은 겨울만 되면 활기가 넘친다.

이 이장은 “본격적으로 무료 썰매장을 운영하면서 ‘개미산마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아이들을 보기 힘든 마을 여건 속에서 반짝 겨울 한철이라도 많은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고 있다”며 “평상시에 아이들을 보기 힘든 마을 어르신들도 주말이면 썰매장에 나와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철재 이장이 썰매장을 손으로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이 이장의 진두지휘 속에서 썰매장의 운영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윤명근(43) 청산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맡는다. 매일 같이 썰매장을 지키고 있는 윤 협의회장은 방문객들이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고장나거나 망가진 썰매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마을 안에 음식을 파는 식당은 물론 슈퍼마켓 조차 없는 만큼 마을 청년들과 함께 어묵과 라면을 식자재 매입가격 수준으로 판매하면서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윤명근 협의회장은 “평상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 힘든 곳인데 겨울 한철에라도 이렇게 마을에 활기가 넘쳐서 기분이 좋다”며 “개미산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좋은 추억을 쌓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개장한 개미산마을 무료 썰매장은 기온이 올라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설 명절 전후까지 운영한다.

지난 4일 개미산마을을 찾은 포천시사랑의열매나눔봉사단과 장애아동복지시설 노아의집 아이들.(사진=정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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