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내수 침체·이상기후·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첩첩산중`
6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의복 소매 판매액은 4조 823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 판매액은 53조 58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 줄었다. 2021년(16%↑), 2022년(7%↑), 2023년(7%↑) 등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연간 의복 판매액이 감소세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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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업계의 맏형격인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210억원)이 전년 동기대비 36%나 줄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영업이익도 21억원으로 65% 급감했고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부문은 영업손실 14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LF만 영업이익 53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2% 증가했는데 이 역시 패션이 아닌 금융 부문에서의 호실적 영향이다.
올 들어 패션업계는 줄곧 업황이 좋지 않았다. 고물가 장기화로 국내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중심의 국내 패션 브랜드 대신 SPA(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중저가 브랜드) 등으로 수요가 몰리면서다. 이 같은 내수 부진에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고온으로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 판매가 신통치 않은 것도 이유다. 4분기도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터진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여파가 최소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도 문제다. 달러당 1500원대를 육박하는 고환율도 문제이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 침체는 패션기업 입장에선 최악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환율로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내수 침체 상황에서 가격까지 인상하면 더 판매가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커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 더 힘들다”…글로벌확장·신사업 등 타개책 모색
패션업계는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올해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전략은 ‘글로벌 확장’과 ‘사업 다각화’다. 지갑을 열지 않는 내수 시장에서 더이상 활로를 찾기 어려운 만큼 K문화 힘을 빌려 해외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흐름을 탄 K뷰티(화장품) 등 패션과 연계가 쉬운 신사업 확대도 기회로 여겨진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사가 전개하는 글로벌 브랜드 ‘준지’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이후 북미, 유럽 등으로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 사업(어뮤즈)으로 북미, 일본 등을 적극 두드릴 예정이다. 지난해 ‘헤지스’ 등으로 해외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었던 LF 역시 올해는 ‘아떼’(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 환경이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규 채용도 줄이는 등 내실 경영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등이 쉽지 않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기회를 찾고 뷰티로 확장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