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하는 현직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이 차담을 나눈 뒤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취임식 오전 일정은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 취임 선서를 했던 4년 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다. 당시 재선에 실패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거부하고, 차담 등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손편지도 남겨둘 예정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백악관을 떠나기 전 집무실에서 대통령 전용 책상인 ‘결단의 책상’ 위에 후임자를 위한 손편지를 남겨두는 전통이 있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자신을 이을 새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덕담과 당부 글을 남기는 이 전통은 4년 전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를 마치면서 따랐던 거의 유일한 전통이기도 하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매우 관대한 편지를 남겼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남기는 편지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편지에 대한 답장이 되는 셈이다.
CNN은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에도 이 손편지 전통을 따른 것은 “2017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할 때 남긴 편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트럼프 당선인 주변 사람들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선서로 전직 대통령의 신분이 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당을 떠나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동고동락한 백악관 직원들에게 고별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곳에서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퇴임 하루 전인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 로열미셔너리 침례교회를 방문해 마지막 연설을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여러분들과의 여정은 끝나지만 나는 내 일에 대해 내가 29살 ‘아이’였던 때 만큼 열정적”이라며 “나는 결코 지치지 않는다. 나는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퇴임 하루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은 것은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 초반 부진했던 자신에게 중요한 승리를 안겨주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준 곳이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는 자신의 정치 여정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 이 곳에서 임기 사실상 마지막 날을 보낸 것이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며 78세 나이에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재선에 도전해 작년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문제를 노출하면서 작년 7월 후보 자리에서 물러났다. 1973년 초선 연방 상원의원(델라웨어) 임기를 시작한 이래 52년간 몸담은 워싱턴에서의 중앙 정치 활동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편 그는 임기 마지막 날 1940년 사망한 민권운동가 마커스 가비 등 5명을 사면하고 2명에 대해 감형하는 안에 사인하며 마지막 업무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