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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사 등 보건의료인력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한다. 다만 그 과정 등에 대해 별도의 규정이 없다. 지난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결 이전에 공식적인 회의가 따로 없었다.
이에 국회는 과학적 추계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에 법안소위에서 검토된 관련 법안은 ‘인력수급 추계위원회’와 직종별 자문위원회’ 등을 만들고 전문적으로 예상 필요 인력을 산출하기 위한 조직을 두게끔 했다.
여야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에 대해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사회적 혼란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빠르게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생각해 여야 간사 합의 하에 법안소위 안건으로 올렸으며 세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복지부가 합쳐서 대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계위원회의 권한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 계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교육부는 추계위원회 구성과 관련, “보건의료분야 대학의 학생 정원에 관한 업무는 교육부의 소관 사무로 양성대학의 정원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수용 불가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계위원회의 권한을 자문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복지부 또한 “정원 심의는 교육부의 직무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교육부가) 수용 불가 의견을 제출한 바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의협 등 의료계는 추계위원회를 정원 결정 권한이 있는 의결 기구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정치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해야 하며 특히 정부 주도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해 전문가 중심의 논의와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아울러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부여해 수급추계위원회의 결정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는 구조로 논의 및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내 전문가 단체 권한을 강화하자는 얘기다.
교육부와 의료계 의견이 서로 달라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자 국회 복지위는 복지부가 만든 정부안을 중심으로 다음 달에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의료인력 추계 기구 신설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런 논의를 이왕이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계가 가능한 기구를 만들어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기구를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를 통해 다루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도록 할 것”이라며 “이대로 시간만 보낸다면 의대 정원 조정 등 의료 대란 해결에 골든타임을 또 놓치게 될 것 같아 시급히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