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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인 2022년부터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현지 생산과 투자를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보조금 각각 1조1027억원, 2111억원을 받았다. 삼성SDI(006400)도 미국 팩 공장을 통해 총 649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중국 업체들이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업계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20.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비야디(BYD)의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IRA 보조금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전기차 세액 공제와 관련해 모든 공제를 없애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가 현재까지 미국에서 짓거나 설립을 검토 중인 공장은 16개다. 블룸버그는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를 거쳐 조지아에 이르는 이른바 ‘배터리 벨트’에서 국내 배터리사의 투자로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기존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기존 가동 중인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 가동 일정을 연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건설 중인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의 완공 일정을 현지 여건으로 조정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정책이 변화할지 불확실성이 커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미국 시장이 중요하고 전동화 전환은 가야 하는 방향인 만큼 투자 계획 전면 수정은 어렵겠지만, 속도조절 등 상황에 따른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