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25년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벤처 생태계’를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윤 협회장은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와 산업을 둘러싼 규제들은 브레이크처럼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 중국과 경쟁할 만한 자본력도 없고 기술력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우리 고유의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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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5개 주최기관을 포함해 벤처기업인 및 유관기관 관계자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주최기관장이 업계를 대표해 지속가능한 벤처생태계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화답하며 자유롭게 토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대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로 벤처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기는 뜨거웠다. 공통적으로 떠오른 키워드는 단연 ‘글로벌’과 ‘규제 완화’였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올해는 협회 차원에서 한국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돕는 플랫폼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며 “국회와 입법 및 규제 관련 논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소통 창구인 ‘혁신의 꿈’ 발족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공동주최기관으로 참여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상우 의장은 “로컬로 깊이 들어가고, 글로벌로 멀리 나가겠다”는 올해의 목표를 발표하고, “오는 5월 한국과 일본, 대만의 유니콘 기업들 100여개가 모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의장은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초기 창업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창업 친화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의 기술력은 독보적인데 규제 때문에 시장을 확장하기는 어렵다. 선도그룹이 되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면 신기술과의 접목, 규제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벤처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이들은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한 의장은 “코스닥 시장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의 역할을 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진다”며 “스타트업 간 적극적인 M&A와 비즈니스 융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M&A를 위해 주식거래를 하게 되면 양도세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적인 유예가 생기면 지금보다 M&A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협회장은 “코스닥 시장은 새로운 산업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코스닥 시장에만 투자하는 약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주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증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많은 초기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창업기획자의 경우 ‘설립 3년 이내’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 금액의 4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이를 ‘설립 5년 이내’로 완화하는 시행령이 빠르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화답도 이어졌다.
김성섭 중기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우리 벤처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도록 미국 실리콘밸리에 K벤처 스타트업 캠퍼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딥테크 투자에 집중해 대기업과 매칭하는 ‘딥테크 밸류업 챌린지 프로그램’과 밸류업 펀드도 새롭게 조성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펀드 결성이 위축되는 상황에도 모태펀드가 주축이 되어 정부 주도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퇴직연금 규제를 풀어 벤처펀드에 출자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도록 유관 기관과도 소통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