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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는 ECB가 기업의 재무 상황과 외부 자금 수요·조달 여건, 판매가격·비용·고용 전망 등을 파악하는 조사로, 2024년 1분기부터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바꿔 실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출 금리가 올랐고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특히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가 더 필요해졌지만 정작 확보하기는 힘들어졌다는 응답이 나왔다.
ECB는 “기업 간 신용(외상거래)과 신용한도 수요가 동시에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운전자금 전반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며 “투입비용 상승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용한도 이용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은행들이 이런 형태의 자금 공급에 더 신중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기업들이 단기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데 더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전자금은 원재료 구입이나 임금 지급처럼 일상적인 영업에 드는 돈이다. 기업들이 거래처 외상과 은행 신용한도에 동시에 더 기대고 있다는 것은 비용이 오른 만큼 현금 흐름이 빠듯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데 은행이 한도를 줄이면서 기업들이 기댈 곳은 좁아지고 있다.
대출 여건 악화는 이번 분기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조사에서는 은행 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답한 기업이 순응답 기준 42%로 1분기 26%에서 급증했다. 당시 ECB는 차입비용 상승과 자금 조달 제약 속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금융 여건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경기 전망 악화가 외부 자금 조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응답도 순 29%로 1분기 26%보다 늘었다. 3분기 들어 대출 장애를 호소하는 기업이 늘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 기대도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판매가격·임금·기타 비용에 대한 기업들의 예상치는 큰 폭으로 뛰었다. 다만 ECB는 이번 조사에 처음 참여한 기업이 대거 늘어나 수치가 한쪽으로 쏠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직전 두 차례 조사에 모두 참여한 기업만 따로 보면, 이들은 향후 12개월 판매가격이 평균 3.6%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조사 때 2.5%보다 1.1%포인트 높다. 조사 대상 기업 1만2822곳 전체로 넓히면 판매가격 상승 예상치는 7.1%로 직전 조사(3.2%)의 두 배를 넘었다.
이번 결과는 ECB의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나왔다. ECB는 에너지 가격이 끌어올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왔다. 로이터통신은 ECB가 이번 주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채권시장 금리를 포함한 차입비용 상승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지켜보려는 판단이다.
유로존 경기 지표도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는 비용 상승과 프랑스 정치 혼란 속에 성장세가 4개월 만에 가장 약해졌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 기대가 높아진 점은 물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인 반면, 대출 여건 악화와 경기 둔화는 추가 긴축에 신중해야 할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ECB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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