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대법원장 주재로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고 전날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거 사태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방법 등을 논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도 긴급현안질의를 열고 이 같은 사태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 기관 등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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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날 오전 대법관 회의를 열고 대법관들과 의견을 공유했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법관 생활 수십 년을 한 대법관들 모두 처음 겪는 사태에 큰 충격을 성토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회의 후 입장문을 통해 “서부지법 무단침입과 법관에 대한 협박은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해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국가 전체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을 향해서도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믿고, 그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9일 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새벽 3시 7분께 경찰 저지선을 뚫고 담을 넘어 법원 경내로 침입했다. 이후 경찰 방패 등을 빼앗아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 법원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법원 7층까지 진입해 난동을 부렸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법원 외벽 마감재, 유리창, 셔터 등이 파손됐고 당직실 및 CC(폐쇄회로)TV 저장장치, 출입통제시스템, 컴퓨터 모니터 등이 망가졌다. 물적 피해액은 6억~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불법시위대는 영장전담 판사실 방문을 강제로 개방해 집중적으로 파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 집무실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직 근무를 하던 법원 직원들은 난입 사태가 일어나자 옥상으로 긴급 대피해 직접적인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법조계 일제히 ‘규탄’…“엄벌·구상권 청구해야”
정치계와 법조계도 사상 초유의 사태에 충격을 금하지 못하며 무력 시위자를 규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긴급 현안질의를 개최하고 사태 현황 등을 질의했다. 다만 여야는 폭력 사태에를 일제히 비판했지만 사태 책임을 두고는 또다시 소모적인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야당은 여권의 선동으로 사태가 발발했다고 지적했고 여당은 법원과 경찰의 대응이 미비한 탓이라고 반박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번 난입 폭동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제2의 내란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서부지법 폭동에 관여한 폭도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주동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는 여러 대법관 말씀이 있었다”며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천 행정처장은 “법관 개인, 재판에 대한 테러시도라는 것은 법치주의 전면부장일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등 모든 헌법기관 전체에 대한 부정행위”라며 “법치주의 무시 행위가 일상화될 때 우리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고 우려의 말을 더했다.
법조계도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법치주의가 극도로 훼손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사법부의 중심인 법원을 습격하고 판사의 신변에 위협을 가한 이들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상황을 악용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벌어진 헌법 파괴적 행동으로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을 뒤흔든 사건”이라며 “온전히 구속수사를 통해 범죄를 교사 방조한 극단 유튜버 엄단해야 하며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도 발언 수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극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도 헌법재판소까지 진입하려다 제지됐다. 경찰은 이날 서울서부지법과 헌재에 무단 칩임해 난동을 일으킨 혐의도 90명을 체포하고 이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