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트럼프 노믹스 2.0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유가 인하는 산유국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만큼 OPEC+가 순수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구조다. 트럼프의 강경한 정책은 미 법원이 제동을 걸고 있고 각국도 보복 공격을 시사하는 등 반발도 거세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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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 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분의 권리이지만 여러분은 매우 간단하게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내 공장을 지으면 세제와 금리 인하 혜택을 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입부족분을 관세를 통해 메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학자는 관세로 감세분을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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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금리를 비롯해 전 세계 금리도 내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준에)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연준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선거 캠페인 동안에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결정에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날 연설에서 이런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하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기는 쉽지 않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1월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요청이 있으면 사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며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법률가 출신인 파월은 대통령이 자신을 해고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가지 책임을 지고 있으며,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금융시장에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 경제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중시 여긴다”며 “시장의 견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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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OPEC+에 유가 인하를 압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난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면서 “유가가 내려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끝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은 곧 산유국들의 경제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와 신산업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소 80~85달러 수준의 유가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 OPEC+은 이미 국제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감산 조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울러 유가 하락이 장기화하면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 미국 석유기업들이 원유 공급을 더 늘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에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EU 전체 규제 체계를 바꿔야 하는 문제로, 실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EU는 지난 2023년 디지털시장법(DMA)와 디비털서비스법(DSA) 등을 시행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이 규제가 미국 기업들을 타깃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EU 내 경쟁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조치다. 경쟁당국 역시 독립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개입은 전 세계 경쟁시스템을 무너트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미국 경쟁당국도 빅테크의 독점 문제는 자유로운 경쟁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