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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을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구조적 다수’라는 낯선 표현을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왜 ‘구조적 다수’에 집착했을까. 특히 현 정부가 중용했던 ‘이혜훈·이병태·이석연’ 등 보수인사 3인방은 낙마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이 지향했던 ‘구조적 다수’는 과유불급의 실험이 돼버렸다.
尹 비상계엄·탄핵에도 21대 대선은 왜 과반 득표에 실패했나
지난 21대 대선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사태의 여파였다. 국민적 인식도 내란죄라는 공감대였다. 또 보수는 탄핵 찬반을 놓고 지리멸렬했다. 우여곡절 대선후보를 선출했지만 심야 대선후보 교체라는 기막힌 막장 드라마까지 연출됐다. 게다가 ‘김문수 vs 이준석’의 범보수 후보 단일화는 끝내 불발됐다.
이 대통령의 과반 승리는 당연했다. 87년 체제 이후 첫 과반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51.55%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민주당 안팎에서 55% 이상 득표는 물론 최대 60% 득표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방송 3사 출구조사도 51.7%였다. 다만 실제 대선 득표율은 과반에 못미치는 49.42%였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8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청래 vs 박찬대’의 맞대결이었다. 대의원 선거와 달리 권리당원의 표심은 정청래 전 대표였다. 대통령의 파워가 가장 막강한 집권 초기에 사실상 명픽이었던 박찬대 인천시장은 20% 포인트 이상 격차로 대패했다. 이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2번이나 거쳤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여전히 구조적 다수가 아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
‘구조적 다수’로 집권 기반 안정화…차기 총선·대선 승리 다짐
이 대통령은 갈 길이 바빴다. 지난 대선과 두 차례의 전대 결과를 복기하면 보다 안정적인 집권 기반 마련과 국정동력 확보가 절실했다. 어쩌면 이 때문에 등장한 게 구조적 다수다. 만일 실현된다면 이를 통해 23대 총선 승리와 2030년 대선승리, 나아가 정권재창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내부 단합·외연 확장의 성과와 조화를 통한 ‘구조적 다수’는 다소 중의적 표현이다. 좁게는 민주당 비주류에서 보다 확실한 주류로의 부상이다. 이는 김민석 대표 체제 민주당의 출범으로 어느 정도 완성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이 아닌 선호투표까지 합산해서 ‘55 대 45’라는 신승이었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절반의 승리였다. 넓게는 중도보수 인사 영입을 통한 외연확장이다. 이 대통령은 일부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보수진영 인사를 과감하게 기용했다. 지지층 내부에서 적잖은 논란이었지만 ‘모두의 대통령’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실제 대선 이후 승자독식에서 벗어난 외연확장 카드는 신선했다.
가장 파격적인 카드는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보수정당 3선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칙적 보수주의자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다. 또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제책사였던 이병태 교수를 지명했다. 이밖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중도실용 외연확장 노선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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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언급해온 ‘구조적 다수’는 과거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을 시스템적으로 준비하자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비상계엄·탄핵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만큼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개혁성향의 보수인사들이 대거 합류할 경우 민주당은 중도보수 진영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보다 탄탄한 국정동력 확보는 물론 안정적인 재집권 기반의 마련도 가능하다.
문제는 전통적 지지층 반발이었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에도 정서적 수용이 어려웠다. 이 대통령이 중용한 보수인사들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권력의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유턴했다. 게다가 이혜훈 전 후보자의 경우 역대 민주당 정부를 비판해온 것은 물론 탄핵 반대론자였다. MB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신행정수도 위헌판결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병태 전 부위원장은 세월호참사를 불행한 교통사고에 비유한 건 물론 문재인정부를 기생충 정권이라고 비하했다.
이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갑질 특혜의혹으로 낙마한 이혜훈 전 후보자의 경우 자진사퇴가 아닌 대통령의 지명철회였다. 이병태 전 부위원장은 스타벅스 사태와 관련한 ‘5.18 성역화’ 발언 여파로 청와대의 엄중 경고 이후 경질됐다. 이석연 전 위원장 역시 “임기 만료가 아니라 대통령 뜻에 따라 경질된 것”이라며 불화를 시사했다. 중도 외연확장은 실패로 막을 내렸고 민주당 핵심 지지층 분열만 심화됐다.
90년 3당합당 구조적 다수…의회 절대 과반에 ‘구조적 다수’ 왜?
87년 체제 이후 ‘구조적 다수’의 거의 유일한 사례는 1990년 3당 합당이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주도로 216석이라는 거대 공룡 여당인 민자당이 탄생했다. 지역적으로 ‘대구경북·부울경· 충청’ 연합정권이었다. 호남을 구조적 소수로 만든 인위적 정계개편이었다.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절대 과반을 확보하기까지 사실상 30년간 지속된 보수 우위의 체제였다. 물론 민주당의 97년·2002년·2017년 대선 승리를 반박사례로 들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이는 보수의 자충수였지 민주당의 독자승리로 보기 어렵다.
살펴볼 점은 22대 국회 의석구조다. 소선구제의 특성이 반영됐지만 민주당은 그야말로 대승을 거뒀다. 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 범여권은 189석이다. 반면 국민의힘 108석, 개혁신당 3석 등 범야권은 111석으로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간신히 넘겼다. 국회에서 189석이 보유한 정당이 할 수 없는 건 개헌,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밖에 없다. 의회에서 절대 과반은 예산안·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위로 만드는 압도적 무기다. 게다가 행정·입법권력에 이어 최근 지방권력까지 장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정부가 구조적 다수를 위한 모험에 나설 이유는 사실 전혀 없다.
소수파 정권일 때는 국정동력 확보와 의회 과반 확보를 위해 다소 무리하더라도 구조적 다수를 지향할 수 있다. 다만 이재명정부는 최근 지지율 하락에도 범야권에 비해 여전히 비교 불가의 우위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회 다수 의석은 보너스다. 구조적 다수는 여전히 모호하다. 민주당 주도의 정계개편을 거쳐 개헌용 의석 확보 또는 자민당 1.5당 체제로 이행이라는 음모론 등의 해석투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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