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에서 배운 것

김현식 기자I 2025.01.15 11:30:00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292쪽|부키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구청 화장실 앞 복도에 세워진 칸막이 너머의 한 평짜리 공간. 변호사인 저자가 에세이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에서 표현한 첫 직장 무료 법률 상담소의 모습이다.

저자는 서울 신림동 달동네에서 사회운동에 헌신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다. 가난이 싫어서 돈 잘 버는 변호사를 꿈꿨고, 기를 쓰고 공부한 끝에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그가 첫 직장으로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 자리를 선택했을 때 주위에서는 의아해했다. 저자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때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곳에서 2년간 일하며 2000여 명의 의뢰인과 만났다. 상담소를 찾는 의뢰인은 노숙자,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건설 노동자, 유언장을 쓰려면 한글부터 배워야 하는 할머니 등 법의 보호가 절실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에서 배웠던 정형화된 사연은 없었다. 초짜 변호사였던 저자가 허둥대고 움츠러들었던 이유다. 다행히 진심 어린 관심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저자는 “때로는 100마디 조언보다 작은 관심이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폭넓은 재판 경험을 쌓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무료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법의 이성에 빈틈이 있다면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사람의 사랑일 것”이라며 “사랑을 이해하지 않고는 누군가의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책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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