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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덮친 극단 기상…美 열돔·유럽 가뭄·남미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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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경 기자I 2026.08.03 13: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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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열돔에 47도 폭염·산불
유럽은 가뭄에 전력난 비상
칠레 폭우·아르헨 기록적 폭설
기후변화에 전세계 ‘극단 기상’ 몸살
유엔 "엘니뇨, 불타는 지구에 기름 붓는 격"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세계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 기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서부에서는 이례적인 열돔 현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고 있고, 유럽은 폭염에 이은 극심한 가뭄으로 원자력·수력 발전소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남반구의 겨울을 맞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예년보다 강한 폭우와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며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를 중심으로 강력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표면 가까이 가두는 열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영향으로 약 45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미 서부 주요 도시의 기온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피닉스와 엘센트로는 47.2도를 기록했고 라스베이거스는 46.1도까지 치솟았다. 평소 서늘한 몬태나주 일부 지역에서도 40도에 근접했다.

1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포르토 헤르메노 일대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위)과 지난달 26일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푸엔테 델 잉카에서 폭설 피해를 입은 주택 앞에 차량 한 대가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포르토 헤르메노 일대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위)과 지난달 26일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푸엔테 델 잉카에서 폭설 피해를 입은 주택 앞에 차량 한 대가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AFP·연합뉴스)
열돔 영향으로 대기가 건조한 데다가 강풍까지 겹치며 대형 산불도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주 스포캔 인근에서는 산불 3건이 동시에 발생해 21㎢ 이상의 면적을 태우고 건물 약 600채를 소실시켰다. 밥 퍼거슨 워싱턴주지사는 지난 1일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약 6만 명이 대피했다. 인접한 아이다호주 서부와 오리건주 동부에서도 10일째 산불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염과 산불에 이어 가뭄이 가세하며 전력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 10개국을 지나는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헝가리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유일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다.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세르비아 역시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평소의 20~30% 수준까지 감소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대형 산불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였지만, 그리스에서는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건조한 산림과 산악지대를 거쳐 수도 아테네 외곽으로 번지는 중이다. 산불을 진화 중이던 소방 헬기 2대가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남미에서도 평년을 뛰어넘는 수준의 폭풍우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칠레 중남부에는 폭우와 시속 100㎞가 넘는 강풍이 몰아쳐 최소 2명이 숨지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천 범람과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적색 경보가 발령됐고, 전국적으로 약 15만 6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국경을 맞댄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안데스 산악지대에서는 기록적인 폭설과 눈보라로 관광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멘도사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진 폭설로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연결하는 ‘그리스도 레덴토르 국제통행로’가 폐쇄되면서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년의 기후 범위를 크게 벗어난 강도의 ‘극단 기상’의 배경으로 장기적인 기후변화와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엘니뇨를 꼽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통상 2~7년 주기로 발생하며, 전 세계 기온과 강수 패턴을 크게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엘니뇨가 올가을 후반에서 초겨울 사이 정점에 도달해 1950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이미 엘니뇨 발생 후 15주 차 기준으로 관측 사상 가장 높고 강한 수준에 도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엘니뇨는 이미 불타고 있는 지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우리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기후위기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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