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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을 재소환해 15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고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무 등 그룹 수뇌부를 포함한 5명을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선 이르면 15일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삼성은 4주 만에 또다시 ‘오너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걱정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현재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미전실 해체 등 쇄신안 작업은 잠정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법원이 ‘뇌물죄 요건인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 등에 대한 소명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각 이후 삼성전자·삼성물산(028260)·삼성생명(032830)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미전실 해체 등 쇄신안 마련을 준비해 왔다. 이달 들어 지난 6일에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15개 계열사가 전경련 탈퇴원을 제출했고 미전실 해체 시한도 특검 수사 이후로 못 박은 바 있다. 당시 미전실은 “약속한대로 미전실은 해체하며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달 말로 1차 활동시한이 끝나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 들면, 삼성은 쇄신 작업 중단은 물론 최악의 경우 오너 부재로 인해 그룹 전체가 벼랑 끝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 당장 오는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으로 예정된 글로벌 1위 전자장비(전장)기업 하만(Harman)의 임시주총도 현 상황에선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9조 3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합병이 성사된다. 그러나 일부 소액주주들이 미국 현지 법원에 합병 반대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삼성 입장에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란 판단하에 최순실씨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 방식도 수세적 자세에서 적극적 해명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전실은 이달 들어 9·10·12·13일 등 네 차례에 걸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순환출자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의혹, 최순실씨 승마 추가 우회 지원 의혹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부회장이 특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던 13일 밤에도 ‘승마 우회지원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을 통해 “삼성은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우회 지원을 한 바 없다”는 요지의 반박 자료를 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과 관련된 특검 수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이 부회장이 구속이라도 된다면 삼성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삼성이 지난달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짧은 유감 표명만 했지만 이번엔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