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 공정서 對日 의존도 줄인다···'에폭시' 소재 국산화

강민구 기자I 2020.12.16 15:06:04

일본 의존도 87% 달해···반도체 대면적화로 문제 유발
생산기술원 연구팀, 에폭시 수지 제조 원천기술 개발
최고 수준 열팽창특성 구현, 기술이전해 양산 준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일본산 에폭시 소재 의존도가 87%에 달했던 상황에서 이를 국산화할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반도체 제조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 공정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전현애 섬유융합연구부문 박사 연구팀이 새로운 에폭시 수지 제조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일본산 제품보다 열팽창 성능이 우수한 에폭시 밀봉재를 제작해 국산화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에폭시 수지와 이를 활용해 삼화페인트공업에서 만든 에폭시 수지 시제품.(자료=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폭시 밀봉재는 열경화성 고분자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를 기반으로 만든 복합소재로, 반도체 칩을 밀봉해 열이나 습기, 충격 등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전·후 공정에 사용되는 유기 소재들 중 세계시장 규모가 약 1조 5000억원 규모로 가장 큰 핵심소재이지만, 최고 등급의 에폭시 물성이 필요해 대부분 일본산 제품 수입에 의존해왔다.

전현애 박사 연구팀은 10년 동안 연구개발을 거쳐 새로운 화학 구조의 에폭시 수지를 설계·합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낮은 열팽창특성을 갖는 에폭시 소재 기술을 만들었다.

대다수의 소재들은 온도가 상승하면서 부피도 변화한다. 그 변화값을 ‘열팽창계수’라고 하는데, 반도체 패키징에서는 에폭시 수지의 열팽창계수를 줄이는 것이 공정의 신뢰성과 용이성을 좌우한다. 일본산 상용 에폭시는 반도체 칩보다 훨씬 높은 열팽창계수를 지녀 패키징 과정에서 부품 전체가 휘는 불량 문제를 종종 유발했다. 최근 반도체가 점차 대면적화되면서 휨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기존보다 더 낮은 열팽창계수를 가진 에폭시 밀봉재 개발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에폭시 소재 기술은 구성성분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보충재(실리카) 함량을 높여 열팽창계수를 낮추는데 초점이 맞췄지만 점도가 높아져 공정 용이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에폭시 수지 자체의 구조 변화만으로 소재의 공정 용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열팽창계수를 반도체 칩과 거의 유사한 ‘3ppm/℃’ 수준까지 조절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모든 형태의 에폭시 소재 제조에 활용하고, 대량 합성하기에도 쉽다. 이를 활용한 에폭시 밀봉재는 일본산 제품의 한계였던 12인치 이상의 대면적 패키징이 가능해 향후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8년 10월 도료 제조 전문기업 ‘삼화페인트공업’에 해당 기술을 이전했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신규 에폭시 수지 4종의 양산을 안정화해 고순도·고수율의 톤 단위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전현애 박사는 “일본기업의 영향이 절대적인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뒤바꿀 수 있는 독보적인 원천기술”이라며 “앞으로 양산된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정착되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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