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부터 눈·비…설 당일에 많은 눈
최근 5년간 노면 결빙사고 치사율 1.7배↑
"감속·서행하면서 차량 간 안전거리 유지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올해 설을 맞아 30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대이동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로 위 암살자` 경보가 내려졌다. 연휴 내내 전국 곳곳에 비 또는 눈이 예보되고 있는데다 기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도로 살얼음(블랙아이스)과 빙판길 위험 커지고 있는 탓이다.
| 간밤에 내린 눈이 도로 위에 얇게 얼어붙어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난 14일서울 한남대교 인근에 설치된 전광판에 관련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
|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귀성길과 귀경길에는 결빙사고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전일 정례 예보 브리핑을 열고 연휴 내내 전국 곳곳에 눈이나 비가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24일 밤부터 주말 사이에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 및 북동 산지, 부산, 울산을 중심으로 가끔 비나 눈이 내린다고 예보했다. 대체공휴일인 27일에는 전국으로 눈·비가 확대되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때 저기압의 발달 정도에 따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산지에는 대설특보가 발표될 수 있다. 아울러 28일부터 29일까지 충청권과 전라권, 제주도에는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이 기간 동안 내린 눈·비는 밤사이 복사냉각 현상에 의해 기온이 떨어지면서 블랙아이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갈 경우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현상이다. 이 도로 위 얼음은 매연과 먼지가 함께 섞여 있어 투명하지 않고 색이 어두운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대처가 어려워서 ‘도로 위 암살자’로도 불린다.
실제로 지난 14일 블랙아이스에 의해 수백대의 차량 사고가 이어졌고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일 오전 5시 15분쯤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트럭과 버스, 승용차 등 차량 44대가 도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잇따라 추돌했다. 같은 날 오전 5시 50분쯤에도 고양 덕양구 서울문산고속도로 문산 방향 고양분기점 인근에서 차량 43대가 서로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노면 결빙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2019년부터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분석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다. 조사기간에 노면 결빙에 의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944건, 사망자는 95명으로 집계됐다. 결빙 교통사고는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1.7배 높았다. 도로종류별로는 주행속도가 높은 고속도로의 결빙 교통사고 치사율(18.7)이 그 밖의 교통사고 치사율(4.2)보다 4.5배 높아 차이가 두드러졌다.
올해 설 연휴에 도로 교통량은 평소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특별교통대책 기간(1월 24일~2월 2일) 동안 귀성·귀경·여행 등으로 총 3484만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대책기간이 닷새였던 지난해 설보다 29% 증가한 것으로, 설 당인인 29일에는 최대 601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느 때보다 긴 명절 연휴 동안 교통량이 분산되면서 고속도로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1년 전보다 7.7% 줄어든 502만대일 것으로 파악된다.
현철승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노면 결빙은 겨울철 도로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이고 특히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가 발생하는 블랙아이스는 미리 인지하기 어렵다”며 “그늘진 구간이나 교량, 터널 입구를 주행할 때는 더 주의해 서행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급가속ㆍ급제동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설 연휴 날씨(사진= 기상청) |
|
| 눈길 및 빙판길 안전운전 요령(사진=한국도로교통공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