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연내 예산안 통과 안되면 韓 성장률 0.15%p 감소"

장영은 기자I 2024.12.09 16:11:33

野 "탄핵 없이 예산안 협의 없다"며 삭감안 통과 방침
씨티, 연내 통과에 방점…"지출삭감으로 성장률 0.02%p↓"
"준예산 사태로 재량지출 한달 삭감시 성장률 0.15%p ↓"
최 부총리, 국회의장에 "여야 협상 물꼬 터달라" 요청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국 불안 속에 내년도 예산안의 연내 통과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1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여당의 불참으로 투표 조차 못하고 폐기되면서 야당이 내년도 예산을 협상 카드화하면서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연합뉴스)


씨티그룹은 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준예산 편성으로) 재량지출이 한 달만 삭감돼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0.1%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략적으로 추정된다”며 “재정승수 추정치 0.1~0.2배를 가정할 때 연간 성장률은 0.1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여당 의원 불참으로 폐기되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4조 1000억원 규모 감액 예산안에서 추가로 7000억원을 줄이는 감액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부 안팎에선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미국으로 치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공무원 인건비, 국고채 이자, 국민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이미 승인된 정부 사업의 유지 외에 상당수 복지 재원 지출이나 재량 지출 등은 집행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등 재량 지출은 내년 311조8000억원으로 전체 총지출의 46%다. 비중만 놓고 보면 2012년 정부의 재정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지만,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할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씨티는 국회가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상정한 약 4조원 규모가 감액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은 0.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국회가 기한 내에 2025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 내년 1월에 ‘재정 절벽’이 발생할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내년 1분기에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 협의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 부총리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외신인도 유지와 경제 안정을 위해 여야 합의에 의한 예산안의 조속한 확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장님께서 큰 리더십으로 여야 협상의 물꼬를 터달라고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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