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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Vs김동연 '배은망덕 썰전' 누구 말이 맞을까

황영민 기자I 2025.02.18 15:58:32

유시민 "김동연, 이재명한테 붙어 지사된 사람"
"사법리스크 운운 배은망덕한 짓" 발언에
김동연 "이기면 보은, 지면 오히려 배은망덕" 반박
민주硏 보고서는 지선 패배 원인에 ''이재명·송영길 공천''
김동연 당선에는 "새로운 인물로 승리할 수 ...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제가 선거에서 졌으면 배은망덕이었을지 모르죠.” 유시민 작가의 ‘김동연 배은망덕’ 발언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주 만에 내놓은 답이다.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대한 반박을 하고 있다.(사진=JTBC 유튜브 채널 캡쳐)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호남 세 군데, 제주도 빼고 수도권에서 제가 유일하게 이겼다. 경기도의 시장, 군수가 31명 있는데 그 당시 민주당이 9석밖에 못 이겼다”며 “그 선거를 제가 이겼는데 이기면 보은이고 지면 오히려 배은망덕”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김동연 경기지사 이분은 그냥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가지고 지사된 사람”이라며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대선패배를 굉장히 분해하면서 김동연 지사를 엄청 밀어가지고 겨우겨우 이긴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이런 거는 배은망덕한 짓”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유 작가의 김동연 배은망덕 설(說)에 김 지사는 ‘이기면 보은, 지면 배은망덕’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지사는 여기에 더해 “아마 제 기억으로는 유시민 작가가 경기도에서 지사 나가서 졌을 것”이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누구의 말이 정답일까. 답은 민주연구원이 제8회 지방선거 한 달 뒤인 2022년 7월 발간한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 있었다.

◇민주당 지선 패배 원인 ‘이재명·송영길 공천’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닌 ‘완진싸’(완전히 진 싸움)라며 6·1 지방선거를 참패로 기록했다. 호남을 제외한 수도권, 대구경북, 부울경, 강원, 충청권 전 지역에서 참패와 광주의 낮은 투표율 및 국민의힘의 호남에서 높은 득표율로 나타난 민주당에 대한 호남유권자들의 환멸이 원인으로 제기됐다.

특히 보고서는 민주당 패배 원인 중 ‘이재명·송영길 등 공천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연구원이 6·1 지방선거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의 패배 이유에 대한 응답 중 ‘이재명, 송영길 공천정당성 미흡’이 23.2%로 가장 높았다. 민주당의 정치 텃밭인 광주와 호남에서는 18.73%가 해당 이유를 지선 패배 원인으로 짚었다.

2022년 5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선 때 이재명 투표자들은 대거 투표에 불참한 반면, 윤석열 지지자들은 적극 투표에 나섰던 점도 패배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당시 출구조사에서는 대선 때 ‘윤석열 투표자’의 51.6%가 투표했다고 응답한 반면, ‘이재명 투표자’는 41.0%만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6·1 지선 광역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이 얻은 표는 927만4784표로 3·9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얻은 1614만표의 57.4%에 그쳤다. 보고서는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얻은 표와 지선 때 민주당이 얻은 표를 비교하면 석 달 새 687만표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연 당선 희망 보여줬다”

보고서는 6·1 지방선거 결과의 함의를 참패·자멸·희망으로 분류했다. 이중 희망의 첫 번째는 김동연 당선이 장식했다. 박혁 연구위원은 보고서에 “김동연 후보 당선은 민주당이 반성과 혁신, 새로운 인물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명시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지사는 김은혜 후보를 상대로 0.15%포인트라는 역대 광역단체장 중 최소 득표율 차로 승리했다. 보고서는 “김동연 후보는 윤석열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선거를 치른 김은혜를 이김으로써 민주당에게 쇄신을 바라는 국민 정서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김동연 지사는 사전투표를 사흘 앞둔 5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저 김동연이 낮은 곳으로 들어가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낼 씨앗이 되겠다. 민주당을 심판하시더라도 씨앗은 남겨달라”고 호소했다.

보고서의 평가처럼 ‘민주당 쇄신’을 약속한 김동연의 읍소전략은 주효했다. 6·1 지선 경기도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260만5942표(45.42%)로 287만5636표(50.12%)를 얻은 국민의힘에 비해 26만9694표, 4.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 지사의 개인 득표율은 282만7593표로 광역의원 득표보다 22만1651표를 더 얻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022년 6월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 캠프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민주연구원 조사에서도 김동연 지사가 ‘민주당 색채가 약해서 당선됐다’는 주장에는 42.6%가 동의, 비동의는 46.3%로 오차범위 내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당선에 영향을 줬다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4명에 달한다”며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당선에 영향을 줬다는 것은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김용진 전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비서실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낮은 당 지지율과 무력감으로 위축된 지지자들의 낮은 선거 참여도, 윤석열의 김은혜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사격,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국민들 비판여론 등 당시 여건은 최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가운데 김동연은 민주당 지지율을 넘어 경쟁 후보의 표를 4.9% 잠식하며 0.15%포인트 차이 승리를 일궈냈다. 민주당이 사는 길, 이기는 길, 희망과 대안을 보여줬다”며 “2022년 지방 선거에서 확인한 김동연 지사의 확장성은 민주당에 승리의 길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경기도지사로서도 중도확장성↑

김동연 지사의 중도확장성은 취임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올 초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7~12월 평균)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4%포인트)에서 김동연 지사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긍정) 59%, ‘잘못하고 있다’(부정)는 19%로 집계됐다.

김 지사에 대한 긍정평가는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수성향 응답자의 51%, 중도성향의 59%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다. 진보성향에서는 72%의 긍정을 얻었다. 반면 김 지사에 대한 부정평가는 보수 28%, 중도 18%, 진보 14%로 모두 30%대 아래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2월 2주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김 지사의 비호감도는 대선후보군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동연 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7인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감 인식 조사’에서 김 지사를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응답이 23%에 그치면서다.

그 외 인물들에 대한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이준석 45%, 이재명 41%, 한동훈 37%, 홍준표 36%, 김문수 33%, 오세훈 30% 순으로 김 지사만 유일하게 30% 미만을 기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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