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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호선 방화 피해자들, 보상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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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6.02 18:08:05

이혼 갈등 60대 남성 방화로 150여명 피해
"승객은 교통공사 통해, 공사는 방화범에 청구"
"변제능력 부족시 보상 한계"…보험·기금 활용

[이데일리 성주원 이영민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으로 약 3억3000만원의 재산 피해와 150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승객들은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방화범에게 직접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지만 변제능력이 부족할 경우 실질적 회수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마포역 구간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통해 대피하고 있다. (사진=영등포소방서)
방화범 “이혼소송 알리려 방화”…승객, 보상 가능성 높아

60대 남성 원모씨는 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이혼소송 결과를 공론화하려 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원씨의 친형은 “동생의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이) 너무 많은 돈을 달라고 했다”며 “고등어구이를 해놓으라는 것이 이혼 사유였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법 이영광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원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원씨에게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공의 안전에 현저한 위험과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 점 등에 비춰 범죄가 중대하고,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사전에 범행도구 등을 준비한 점 등 재범의 위험성도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원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경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기름통과 라이터형 토치로 방화했다. 이로 인해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되고 2량에 그을음이 생겼다. 승객 400여명 중 23명이 병원에 이송되고 129명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의 보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승객들이 손해배상받을 가능성은 높다”며 “1차적으로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승객들은 서울교통공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공사에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물을 수 있다. 또한 지하철 시설의 관리 책임과 소속 직원의 감독 책임도 청구 근거가 된다. 구체적인 보상 항목은 △연기 흡입, 찰과상 등으로 인한 치료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소지품 손상 등 재산 피해다. 승객들은 치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을 근거로 서울교통공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화범에게 직접 청구하는 방법은 어떨까.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는 “승객 입장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측 과실이 명백한 경우 치료비 등 보상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방화가 명확해서 방화범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하 변호사는 “개별 승객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번거롭고, 원씨의 변제능력이 불확실해 실익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오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사 “구상권 청구 검토”…최대 걸림돌은 변제능력

서울교통공사는 원씨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외부인에 의한 시설물 파손 시 원인 제공자에게 복구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구 가능한 항목은 △열차 소실 및 그을림 복구 비용 △운행 지연에 따른 영업 손실 △승객들에게 지급한 치료비 및 위자료(지급 시) 등이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원씨의 경제적 능력이다. 하희봉 변호사는 “법원에서 원씨의 배상 책임이 전액 인정되더라도 수억원대 손해액을 변제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씨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아 수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할 능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현실적 한계로 인해 피해자들의 완전한 피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을 활용하는 해결방안이 주목된다. 하 변호사는 “공사가 가입한 보험으로 우선 시설물 피해를 처리하고,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액만큼 방화범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승객에게 우선 배상한 후 그 금액에 대해 방화범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보험처리를 하더라도 보험사가 구상권을 통해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보험료 인상 등의 간접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승객들을 위한 추가 지원방안도 있다. 승객들은 국가 운영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통해 △치료비 △심리상담 비용 △생계비 일부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손해를 전보하는 개념이 아니며 주로 긴급 구호 성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모방범죄 방지를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1~8호선 전 역사 276개 역과 열차, 차량기지 등을 대상으로 특별안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승객들은 우선 서울교통공사와의 협의 또는 청구를 통해 피해 구제를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서울교통공사는 법적 절차를 통해 방화범에게 책임을 묻겠지만 실제 회수액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2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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