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속 사건들은 남의 이야기 같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돈분쟁해결소’는 실제 피해 사례들을 재구성한 사건을 통해 ‘내가 당사자라면?’이라는 질문에 답하며 돈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현실적인 대응법을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원장님, 대행사 건으로 서 관내로 한번 출석해 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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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원장님, 대행사 건으로 서 관내로 한번 출석해 주셔야겠습니다.”
최근 강남 일대 병의원 원장님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전화입니다. 환자를 모아준다는 마케팅 대행사와 계약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광역수사대의 소환 대상이 되고 ‘의사면허 정지’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처하는 것이죠.
의료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독자분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최근 수사기관의 표적이 된 것은 이른바 ‘DB(데이터베이스) 마케팅’입니다. 이 마케팅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대행사가 인터넷이나 SNS에 병원의 시술 할인 이벤트 페이지(랜딩페이지)를 띄웁니다. 광고를 본 잠재 환자가 상담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면, 대행사는 이렇게 수집된 환자의 정보(DB)를 병원에 넘겨주게 됩니다. 이후 병원 직원이 전달받은 연락처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원을 유도하고, 최종적으로 실제 결제와 진료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광고 같지만, 의료법에서 엄격히 금하고 있는 알선·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대행사에게 수고비를 어떤 방식으로 정산했느냐’를 샅샅이 뒤집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전단지 알바생에게 일당을 준 것인지, 아니면 식당 앞 호객꾼(삐끼)에게 손님이 낸 밥값의 일부를 떼어준 것인지에 따라 합법과 중범죄가 갈립니다. 돈분쟁해결소에서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명확한 기준을 짚어드립니다.
-대행사에서 “실제 병원에 방문해 결제한 환자 수에 비례해서 수수료(CPS)를 달라”고 하더군요. 광고비 낭비도 없고 합리적이라 생각해서 계약했는데, 이게 죄가 되나요?
△병원 입장에서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법의 잣대로는 가장 위험하고 명백한 범죄입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영리 목적의 환자 소개·유인·알선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대법원은 광고비가 ‘환자 수’나 ‘진료비 매출’에 연동되어 지급되었다면, 이는 합법적인 의료광고를 넘어선 ‘불법 알선 브로커’ 행위로 봅니다(대법원 2018도20928). 플랫폼이나 대행사가 “우리는 단순 정보 제공”이라고 항변해도, 진료 수익을 나누는 구조라면 얄짤없이 유죄가 선고되며 의사면허 정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환자가 상담을 위해 연락처(DB)를 남길 때마다 건당 정액(CPA)을 지급하는 방식은 안전한가요? 경찰은 이것도 “환자를 돈 주고 산 것”이라고 몰아붙이던데요.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호사의 역량과 정확한 ‘판례’가 필요합니다. 수사관의 논리를 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대법원 2010도1763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의료광고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인이 아니며 제3자를 통했더라도 소개·알선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대행사가 진료 성사에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시스템을 통해 연락처만 넘겨주는 ‘광고 대행’을 했고 실제 진료 상담은 병원 직원이 직접 했다면 이는 합법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DB 건당 비용을 주더라도 ‘고가 수술 DB’와 ‘일반 시술 DB’의 단가를 다르게 책정했다면 경찰은 이를 환자 가치에 연동된 변형된 불법 알선(CPS)으로 간주할 수 있으니 철저한 사전 법리 검토가 필수입니다.
-의료법 위반은 어떻게든 방어 논리를 짰는데, 갑자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대행사가 DB를 어떻게 모았는지 진짜 몰랐습니다.
△의사분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숨겨진 뇌관입니다. 경찰은 정보의 수집 주체와 목적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만약 병원 명의의 랜딩페이지에서 적법하게 동의를 받아 수집하고 대행사는 관리만 했다면 ‘적법한 처리 위탁’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행사가 무작위로 모은 DB를 돈을 주고 사 왔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는 명백한 ‘불법 DB 매매’이며, 몰랐다고 변명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몰랐다”, “대행사가 다 알아서 했다”는 안일한 진술은 경찰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자 면허 정지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마케팅 정산 구조와 대법원 판례를 완벽히 매칭하여 합법적 광고임을 입증할 튼튼한 방패부터 챙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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