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3 계엄 사태 이후 오호령 국정원 1차장 및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임명,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임 재가 등 총 4건의 장·차관급 공무원 임명권을 단행했다.
앞서 국회는 내란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에 대한 직무 정지를 위해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이들이 표명한 사의만을 즉각 수용하면서 결국 국회 표결을 무산시켰다.
|
현 정부 초대 행안부 장관을 맡았던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여파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한 차례 직무가 정지됐지만,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2년 7개월 동안 자리를 지켰던 장수 장관이다. 그는 지난 5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통치 행위이고,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고 발언해 비판을 자초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이 전 장관을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또한 국정원 1차장 임명으로 교체된 홍장원 전 1차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부위원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주장한 인물로, 이를 따르지 않아 경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 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야권에서는 인사권을 행한 윤 대통령을 두고 “위헌 통치를 자행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 사태 나흘만인 지난 7일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한다”고 밝혔으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공동 담화문 발표에서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재차 강조하며, 퇴진 시까지 직무 배제를 약속한 바 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놓고 “사퇴 처리는 직무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정이 질서있는 퇴진을 강조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윤 대통령의 내란 사태에 동조하는 위헌 불법적인 요인이 클 수 있다”며 “즉각 하야하는 방안이 국정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면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해 적어도 3개월 이상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