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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 기자의 영업 현황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이같이 말했다. SK텔레콤 대리점 2,600여 곳은 지난 5일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MNP) 업무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현장 유통망은 사실상 ‘밥줄’이 끊겼으며, 유심 해킹 사태로 촉발된 문제는 점차 대리점 생존 위기로 번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전국 대리점에 3개월간 운영자금 대여금의 원금 및 이자 상환을 유예하겠다고 공지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대리점주는 “위약금이니 대여금 이자를 유예해준다고는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도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수백만 원인데, 단지 대출 상환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는 아무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숨통이 막히는 현장을 본사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대리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핫라인’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대리점주는 “차라리 대리점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제대로 된 보상안을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SK텔레콤이 유심 교체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리점에 문자메시지(MMS) 발송을 독려하고 있는 점도 불만을 사고 있다. 지방의 한 대리점주는 “3~4개월에 걸쳐야 할 유심 교체 작업을 두 달 안에 끝내라는 식으로 본사에서 밀어붙이고 있어 유통망은 사실상 혹사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작은 대리점은 주말수당 30만 원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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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로 피해를 입은 전국 대리점주들을 위해 본사 차원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일일 브리핑에서 SK텔레콤은 “유심 해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중단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업무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들을 위해 운영자금 대여금의 원금 및 이자 상환을 유예했으며, 별도의 보상책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상의 구체적인 방식과 지급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SK텔레콤은 신규 유심 입고가 재개된 이후 하루 평균 약 30만 건의 유심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예약 고객 약 882만 명 중 절반가량인 400만 명 수준만이 교체를 완료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예약 고객 기준으로 약 80% 수준의 유심 교체가 완료돼야 신규 가입 재개 시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대리점에서는 이 같은 일정이 불확실한 채 장기화될 경우, 영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SK텔레콤 대리점은 ‘기기 변경’ 고객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한 달 만에 40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며 “관리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대리점 입장에선 단순한 매출 감소가 아니라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소규모 매장을 중심으로 폐점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