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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STO 써밋 2026' 둘째 날 기조연설에서 "예탁결제원의 위치는 중앙화된 업무 시스템 제공자에서 개별 분산원장에 참여해 법적 역할만 수행하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분산원장 기술(DLT)이란 중앙 집중형 기관(은행, 정부 등)이나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여러 노트(컴퓨터)가 동일한 거래 기록(원장)을 공동으로 기록, 검증, 공유 및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믿을 만한 관리자 한 명에게 맡기는 대신 모두가 똑같은 장부를 나눠 갖고 함께 확인하는 기술이란 뜻이다.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에 주어진 임무는 트러스티드 앵커"라며 "모든 인프라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율과 기술 혁신을 존중하면서 투자자 권리가 정확하게 기록되고 보호되도록 제도적 신뢰를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제도를 담은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내년 2월 4일 시행된다. 예탁결제원은 토큰증권에서도 증권 발행 심사와 발행·유통 물량 관리를 맡는다. 하는 일은 같지만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지금은 주식이 한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넘어갈 때 대부분 예탁결제원 시스템을 거친다. 토큰증권에서는 시장 참가자들이 각자 운영하는 분산원장 위에서 자동화된 프로그램(스마트계약)이 이를 처리한다. 예탁결제원은 이 원장들에 참여자로 들어가 물량이 맞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예탁결제원은 1년 넘게 토큰증권 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왔다. 시장에 생길 여러 분산원장에 노드로 참여해 총량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구조다.
이 사장은 "시장 참가자가 특정 분산원장 기술을 고르도록 제한하거나 예탁결제원과 연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기술 장벽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연계 방식과 업무 기준을 표준화했고, 테스트베드 사업으로 분산원장 구축 기관 8곳과 연계 적합성을 실증했다. 플랫폼은 이달 외부 기관과 연계 테스트를 거쳐 내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문을 연다.
국내 제도는 해외와 달리 분산원장 자체에 법적 장부 지위를 줬다. 해외 대부분은 법적 장부를 기존 인프라에 두고 데이터를 분산원장에 복제(미러링)하는 방식이다.
이 사장은 "발표된 정책 방향과 세부 요건이 시행 이후에도 불변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하고 충분한 검증으로 안정성이 확인되면 보다 전향적으로 펼쳐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산원장 인프라와 연계해 새로운 증권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특별한 제약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번 주 뉴욕 출장에서 만난 미국 중앙예탁결제기관인 예탁결제청산공사(DTCC) 사례도 전했다. DTCC는 지난 7월 보관 자산을 토큰화해 실제 거래를 처리했고 조만간 정식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 사장은 "DTCC는 기존 시장과 분리된 새 인프라가 아니라 기존 인프라의 신뢰성과 안정성 위에 디지털 기술을 잇고 있다"며 "현행 증권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보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3년간 (일종의 면죄부인) 노액션레터(비조치의견서)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자증권 인프라가 이미 상당히 고도화돼 있어 토큰증권은 기존 전자증권과 다른 쓸모를 보여줘야 한다"며 "기존 인프라로 담기 어렵거나 비효율이 남은 영역을 기술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이 없으면 시장이 발전하기 어렵지만 신뢰가 초기에 무너지면 그 시장은 지속할 수 없다"며 "내년 2월 시행은 출발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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