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줄대기'가 최우선…많이 달라진 다보스포럼

방성훈 기자I 2025.01.20 17:59:22

한때 트럼프 성토장…이젠 줄대기 위한 장 변모
"국가 수장부터 기업가들까지 전부 태도 바뀌어"
의제도 트럼프 ‘입맛’ 따라 재조정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에게 줄을 대기 위한 행사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한때 트럼프 성토장…이젠 줄대기 위한 장 변모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전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트럼프 당선인을 언제 비판했느냐는 듯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태도가 바뀌었다. 세계 각국 수장들부터 월가 억만장자, 기술기업 거물들까지 트럼프 당선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증진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필요한 일을 하려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촉하기 위해 다른 국가·기업을 배려하지 않는 자국 우선주의 분위기가 포럼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집권 당시 다보스포럼이 매년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성토장’ 또는 ‘비판의 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도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두 행사는 공교롭게도 날짜가 겹쳤는데, CEO들은 워싱턴DC행을 택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기업인 대다수가 같은 결정을 내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줄대기’를 우선시했다. 한국에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 의장, 허영인 SPC 회장 등이 취임식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분 취임식이 끝나면 다보스로 이동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보스포럼은 그동안 한 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기업 경영진들에게는 가장 우선시되는 일정이었는데, 올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도 트럼프 당선인의 온라인 연설이다. 포럼을 찾은 기업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여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3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안보, 기후변화 대응, 자유무역 활성화 등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 CEO 출신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해 다보스포럼에 화려하게 복귀하게 된 것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15년 엘바에서 탈출한 사건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당시 프랑스 언론들은 나폴레옹을 ‘괴물’이라고 칭했는데, 그가 엘바에서 탈출한 뒤 파리에 가까워지자 ‘폐하’로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의제도 트럼프 ‘입맛’ 따라 재조정 가능성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가 ‘지능형 시대의 협력’으로 정해진 것도 트럼프 2기 정책 및 잠재적 영향에 대한 다른 국가·기업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이외 국가·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등에 대응하려면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다보스포럼의 의제는 전통적으로 불평등 심화, 기후변화, 다양성 촉진 등에 대한 우려와 관련된 것들이었다”고 부연했다.

FT 역시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는 (국가·기업 간) 거래, 규제 완화, 글로벌 무역에 대한 위협 및 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기업 수장들의 관심이 사회 문제에서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다보스포럼이 학계, 기업, 정부 전문가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지정학적 대립은 향후 2년 동안 최대 위협으로 지목됐다.

한 참석자는 이미 공개된 기후변화 대응, LGBTQI+ 권리 옹호 등의 의제들도 재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환경 규제 완화, 화석연료로의 복귀 등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전체 산업계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축소 또는 폐기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다보스포럼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 50여명을 포함해 약 3000명이 참석한다. 주요 기업 CEO로는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화이자의 앨버트 부르라,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가, 주요 정치 지도자 중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눈에 띈다. 한국 정부에서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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