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19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영화인연대, 한국민예총, 한국민족춤협회 등 272개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하는 ‘윤석열퇴진 예술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시민농성장 예술행동캠프 앞에서 제5차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회견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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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하루빨리 윤석열 파면이 표현의 자유와 문화 다양성 그리고 평등의 가치가 존중되는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지체없이 파면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2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집단 단식과 농성에 돌입했다. 문화예술인들을 대표해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총괄디렉터는 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집단 단식 및 농성 돌입은 문화예술인 박근혜 퇴진 예술행동 캠프촌 이후 9년 만이다.
다음은 윤석열퇴진예술행동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헌재는 윤석열의 파면을 즉각 선고하라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한 문장을 기다리는 온 국민 속이 타들어간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이토록 명백한 선고가 너무나 더디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괴이한 소문이 암세포처럼 퍼진다. 탈옥한 윤석열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자들이 지어낸 헛소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번 주 내로 내란수괴 파면이 선고되지 않으면 비상한 시국이 더욱 괴상해질 것이다. 파국의 시나리오를 상상할 때마다 옥죄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매일 쏟아지는 폭격 속에서 일상을 견디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경이로운 모습에서 인권학자 조효제는 최근 수무드(sumud) 정신을 발견했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의지를 굳건하게 지킨다는 뜻이다. 한국말로 ‘의연함’으로 번역된다. 수무드 정신은 흔히 올리브 나무와 임신한 여성 농민의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척박한 땅을 뚫고 들어가 자신의 영토를 넓히는 올리브 나무와 가난한 현실을 통과해 미래세대를 품은 여인을 상징한다.
조효제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꿋꿋한 의연함과 유쾌한 의연함을 제안한다. 허리를 곧게 펴고 사방팔방에 당당한 꿋꿋함을 유지하는 의연함. 그리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생글생글 웃으며 척박한 현실을 넘어서는 의연함.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유쾌한 의연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시를 읊고 춤을 춘다. 절망적인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도 웃고 떠들고 마시고 논다.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혁명이다. ‘비관과 낙관을 넘어 함께 행동하면서 의연하게 희망을 만들어 가는’ 일을 해야할 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노래하고 춤추고 유쾌하게 의연할 것이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아름다운 문장이다. 묵주기도를 드리는 심정으로 이 짧은 문장을 되뇌인다. 온 국민이 함께 읊는다. 내 귀에 이 문장이 도달할 때까지.
2025년 3월 19일
윤석열퇴진예술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