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개방형 블록체인과 연결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혀달라는 업계 요구가 이어졌으나, 금융당국은 신중론을 취하고 있어서다. 당국은 개방 가능성을 검토하되 증권의 소유권과 거래 기록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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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토큰증권의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분산원장의 요건이다. 전자증권법 시행령 개정안은 참여자를 전자등록기관과 2개 이상의 계좌관리기관으로 구성하고, 참여자가 이들 기관의 법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했다. 전자등록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며, 계좌관리기관은 증권사 등 증권계좌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업계는 이러한 요건을 불특정 다수가 거래 검증에 참여하는 개방형 블록체인인 퍼블릭 체인에서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장 이용에 직접적인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도록 한 요건도 쟁점이다. 퍼블릭 체인은 거래를 기록할 때 통상 가스비로 불리는 수수료를 받는다. 개정안에는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임직원을 제한하고, 원장 정보를 참여자 3곳 이상이 나눠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이러한 기준은 참여기관과 책임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허가형 구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4일 금융위의 ‘토큰증권 정책방향’과 예탁원의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부터 제기됐다. 블록체인 등 관련 업계는 국내 기관들이 운영하는 원장 안에서만 증권을 발행, 유통하면 해외 토큰화 자산과 유통망을 연결하기 어렵다며, 퍼블릭 체인 활용과 원장 간 이전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법무법인 LKB평산 디지털자산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신애 변호사는 “프라이빗으로 하면 안에서만 돌아가게 돼 사실 블록체인으로 하는 의미가 없다”며 “퍼블릭으로 하되 참여 범위를 제한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이 여러 퍼블릭 체인에서 발행·유통되고 있다. 독일 지멘스도 2023년 폴리곤에서 6000만유로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
해외 금융망과 연결하기 위한 또 다른 요구인 원장 간 이전도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예탁원 가이드라인은 발행한 토큰증권을 다른 분산원장으로 옮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이 금지 조항이 직접 담기지 않았지만, 세부 기술 요건을 예탁원 전자등록업무규정에서 정하도록 했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이용하려는 분산원장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업무도 예탁원에 위탁했다. 이에 따라 실제 활용 범위는 향후 예탁원 규정의 내용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처럼 예탁원과 계좌관리기관을 중심으로 원장을 구성하는 방식은 발행인의 직접 계좌관리를 허용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령에는 증권사가 아닌 발행회사도 최저자기자본 40억원과 전문인력 4명 등 요건을 갖추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해 자신이 발행한 증권의 고객 계좌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업계는 이러한 등록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대표변호사는 “직접 계좌를 관리하더라도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하려면 다른 계좌관리기관을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며 “토큰증권 도입방안에서 증권사 없이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본래 취지와 어긋나는 입법”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입법예고 기간 시장 의견을 듣고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면서도, 블록체인의 개방 여부보다 법적 장부로서의 신뢰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STO 써밋 2026’에서 “법적 장부에 필요한 권리 확정, 책임 구조, 금융거래 정보에 대해 같은 수준의 규율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퍼블릭 체인에서는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 가스비를 더 많이 낸 거래가 먼저 기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압류와 양도처럼 기록 순서에 따라 법적 권리가 달라지는 거래에서는 이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장 간 이전도 권리가 다른 법적 장부로 옮겨가는 과정인 만큼, 오류 발생 시 기록의 정확성과 권리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온체인 생태계와 연결할 때는 시장 간 위험 전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큰증권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담보로 활용되면,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 매각이 증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 과장은 “방법론이 제시되면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며 “개방은 검증을 거쳐 단계적이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입법예고 기간 중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윤현근 인사이트3 대표는 “금융위는 입법예고 후 충분히 업계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며 “시장에서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고, 글로벌 사례를 정부기관에 충분히 공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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