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업체는 2006년에도 같은 담합행위로 제재를 받고도, 또다시 적발되면서 담합 사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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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담합은 라면·국수·빵·과자 제조업체 등에 공급하는 기업간 거래(B2B)용 밀가루 시장에서 이뤄졌다. 이들 7개사의 국내 밀가루 B2B 시장 점유율은 87.7%에 달한다.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 점유율만 62% 수준이다.
담합의 시작은 2018년 말 대한제분이 농심 공급 물량을 대거 확보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다. 이후 상위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농심·팔도·풀무원 등 주요 거래처를 대상으로 가격과 공급 물량을 맞춰왔다.
구체적으로 이들 업체는 대표자급·실무자급 회합을 총 55차례 열고 가격 인상 폭과 시기, 공급 순위 등을 논의했다. 초기에는 농심·팔도 등 대형 거래처 위주로 담합했지만 이후 대리점과 중소형 거래처까지 범위를 넓혔다. 총 담합 횟수는 24차례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담합 행위를 이어간 정황도 드러났다. 사조동아원 내부 회의 자료에는 “공정위 문제 돼”, “시기하고 폭하고 다 조정해야 돼” 등의 발언이 담겼다. 업체별로 가격 인상 날짜를 나눠 적용하는 방식까지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가루 원재료인 원맥을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원맥 시세와 환율에 따라 밀가루 가격이 크게 좌우되는데, 이들 제분사는 이러한 시장 환경까지 담합에 악용했다.
실제 제분사들은 국제 원맥 가격이 급등한 2020~2022년 사이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포대당 3000~4000원씩 인상하기로 담합했다. 실제 담합 기간인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초기인 2019년 12월 대비 업체별로 최대 7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3년 이후 국제 원맥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자 농심·팔도 등의 가격 인하 요구에도 인하 폭을 최소 수준으로 제한하고, 가격 인하 시점도 최대한 늦추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밀가루 가격 안정 지원금을 받고도 담합을 지속한 점도 문제시됐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 이후 물가 안정을 위해 제분사들에 총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업체들은 담합을 중단하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보조금 지급 전 가격 인상 시점을 맞추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2006년 제재 이후 재차 반복됐고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 당시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총 435억 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표자급 임원 6명을 고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 1월 이미 7개 제분사와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도 마쳤다.
아울러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제분사들은 담합 이전 경쟁 수준에 맞춰 밀가루 가격을 다시 산정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하고, 향후 3년간 가격 변경 내역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로부터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가격재결정명령으로) 가계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식료품의 가격 담합에 대해선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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