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투자확대 따른 美 효과 어필,
'美 절실' 조선 패키지 지원방안 제시
원유·가스 수입 확대로 무역수지 관리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에도 보릿고개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맨’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쏟아내면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6월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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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100건에 이르는 행정명령을 예고한 만큼 정부는 비상대응체제를 갖추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다만, 현재 ‘대행의 대행’ 체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여러 제재에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아 상반기 수출 둔화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통상 압력에 대응 할 수 있는 카드로 반도체 등 산업의 대미(對美) 투자 확대와 조선 분야의 협력, 원유·가스 수입 확대 등을 손꼽고 있다. 트럼프 신정부가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명목으로 관세 압력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도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하면서 실익을 챙기자는 얘기다.
◇첨단산업 투자확대, 조선산업 적극 활용해야
당장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대미 투자 확대다. 비록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는 하지만, 한국 기업은 최근 수년 새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은 지난 2023년 기준 미국 내 최대 투자국이고, 이는 미국 내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신정부도 반길 일이라는 평가다. 한국의 최근 대미 수출 증가분의 일부는 이 같은 ‘투자 유발형’ 수출이라는 점에서 미국 측 관세 공세를 피할 명분도 된다.
| (그래픽=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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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 기업이 이미 전임 정부 때 대규모 투자에 나선 만큼, 트럼프 신정부가 추가 투자 결정 등의 ‘선물’을 요구할 때 이에 부응할 만한 결과를 내놓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한·미 조선 산업 협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미국 조선산업은 이차대전 이후 줄곧 쇠퇴하며 중국에 뒤질 위기를 맞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을 위해서라도 함정 정비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확대 등을 위한 자국 내 조선 산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민 배경이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이달 2일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관계자와 함께 이곳 수출입 화물 선적과 하역작업 등 해상물류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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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쇠퇴한 미국 조선산업은 당장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중국에 의존할 수도 없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우방국 중 유일한 조선 강국인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협상 때 미국에 군함 정비와 신규 선박 건조 등 조선업 패키지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면 협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흑자 관리 위한 원유·가스 수입 확대도 필요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 카드도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카드로 거론된다. 우리는 필수 에너지원인 원유·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규모가 연 1201억달러(2024년)에 이르는 만큼 중동·호주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한다면 대미 수입액을 대폭 늘려 미국 대상의 무역 흑자를 줄이며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원유수입(1억3700만t)의 15.7%에 이르는 2151만톤(t)을 미국에서 수입했다. 연 4000만t에 이르는 천연가스 수입 중 미국 비중도 10%대에 이른다. 트럼프 신정부는 셰일가스 증산을 통한 가격 하락 유도와 수출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미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 논의를 시작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탄소중립이나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부담이 될 순 있지만, (대미 협상카드 활용 외에) LNG 수입 다원화를 통해 안팎의 에너지 수급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