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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은 가격 인상은 전날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인상(7.9%↑)한 데 따라 이뤄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소주가격 인상은 하루 시차를 두고 이뤄진 것이다. 대형마트 가운데 홈플러스, 여타 유통점 가운데 편의점 4사는 출고가 오른 당일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소주 판매가격 인상은 이례적으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어느 상품이든 출고가가 오르면 판매가가 오르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수일씩 걸리는 것도 다반사다. 유통사는 상품을 직접 사들여서 점포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A사가 제조하는 상품 출고가가 1000원에서 1100원으로 10% 오르더라도, B마트는 앞서 1000원에 떼어온 상품을 다 판매할 때까지는 판매가를 전처럼 유지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소주값이 오르자 유통사가 재고부터 털어내지 않고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유통업계는 소주 재고가 넉넉하지 못한 걸 원인으로 꼽는다. 주류는 보관에 필요한 인력과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품목이다. 무게가 나가고 부피가 큰 탓이다. 많이 쌓아둘수록 유통사가 감당할 비용이 커진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이뤄진 일종의 사재기는 남은 물량 소진 시기를 앞당겼다.
편의점 업계는 `하루살이 재고`라는 업의 특성으로 항변한다. 본사와 가맹점 간에 주류 거래는 매일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편의점은 업장이 상대적으로 좁아 재고를 며칠씩 쌓아두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여의찮다.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재고를 가져가고자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편의점 회사 관계자는 “본사 물류센터는 각지에 분산돼 소량을 빠르게 공급하는 게 생명”이라며 “대형마트 물류센터와 비교하면 덩치가 초라한 수준”이라고 했다.
출고가 인상을 앞두고 상품을 대거 확보하려고 해도 역부족이다. 제조 역량은 한계가 있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소화하기 어렵다. 지난해 농심이 라면 값 인상을 앞두고 발주 물량이 폭주하자 납품량을 조절한 것이 사례다.
소주 구매력은 차이가 없는 것도 변수다. 주류는 세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량 구매하되 매입 가격을 낮추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유통사 관계자는 “이마트든 동네 슈퍼든 소주 회사와 가격 협상력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규제산업에 속하는 유통업계가 스스로 자세를 낮춘 측면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류는 출고가가 오르면 판매가를 바로 올려야 하는 상품”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할인이나 프로모션으로 비칠 수 있어 부담”이라고 했다. 세금과 국민 건강이 걸린 상품을 싸게 파는 게 눈치 보인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