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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금대출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저금리 대출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디딤돌 주택담보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신생아 특례보증, 보금자리론 등이 있다. 정책대출은 민간 대출보다 심사가 덜 까다롭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작년에도 가계대출이 폭등할 때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에 각종 제한을 걸었지만 정책상품에는 거의 손대지 못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은행의 정책대출 취급에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14일 임원회의에서 “국내은행의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디딤돌·버팀목)이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의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자산 쏠림 리스크와 건전성 악화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정책자금대출은 2022년 말 24조 7000억원에서 2024년 6월 말 69조 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180.8%가 늘어난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은 결국 정책자금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세와 은행 손실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이 재원인 정책자금대출은 은행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먼저 저리로 대출을 내주면 정부가 이후 정책상품 금리와 시중금리 차를 고려해 6개월마다 차액을 보존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문제는 은행이 취급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정책상품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취급량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약속한 이차보전 한도를 넘어 발생한 역마진은 은행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책자금대출 급증은 은행의 자본비율(CET1)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출이 많아질수록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이 증가하는데 원칙적으로 정책자금대출은 RWA에 포함하지 않아야 하지만 정부 재원 고갈로 은행 자체 자금으로 대출을 진행하며 RWA 포함이 불가피해졌다.
디딤돌 대출 만기가 최장 3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자본비율에 장기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소비자 수요는 여전해 정책자금대출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인 55조원 안팎에서 공급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