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한마디'에 정책대출 줄어들까[금융포커스]

이수빈 기자I 2025.01.16 16:19:00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 놓인 정책대출
금융위·국토부, 정책대출 공급 규모 협의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사각지대에 놓인 정책자금대출이 1년 6개월 사이 200% 가까이 증가하며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명목성장률(명목GDP) 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표로 올해 정책자금대출 공급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대출 한도가 축소가 시작된 2일 서울의 한 은행에 디딤돌대출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책대출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2025년도 정책자금대출 공급 규모를 협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2025년 경제1분야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올해 명목GDP 이내로 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역시 실수요 서민을 위해 정책자금대출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주택도시기금의 재정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기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책자금대출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저금리 대출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디딤돌 주택담보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신생아 특례보증, 보금자리론 등이 있다. 정책대출은 민간 대출보다 심사가 덜 까다롭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작년에도 가계대출이 폭등할 때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에 각종 제한을 걸었지만 정책상품에는 거의 손대지 못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은행의 정책대출 취급에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14일 임원회의에서 “국내은행의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디딤돌·버팀목)이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의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자산 쏠림 리스크와 건전성 악화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정책자금대출은 2022년 말 24조 7000억원에서 2024년 6월 말 69조 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180.8%가 늘어난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은 결국 정책자금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세와 은행 손실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이 재원인 정책자금대출은 은행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먼저 저리로 대출을 내주면 정부가 이후 정책상품 금리와 시중금리 차를 고려해 6개월마다 차액을 보존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문제는 은행이 취급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정책상품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취급량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약속한 이차보전 한도를 넘어 발생한 역마진은 은행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책자금대출 급증은 은행의 자본비율(CET1)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출이 많아질수록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이 증가하는데 원칙적으로 정책자금대출은 RWA에 포함하지 않아야 하지만 정부 재원 고갈로 은행 자체 자금으로 대출을 진행하며 RWA 포함이 불가피해졌다.

디딤돌 대출 만기가 최장 3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자본비율에 장기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소비자 수요는 여전해 정책자금대출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인 55조원 안팎에서 공급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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