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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특강 `매진`"…계엄 사태 후 `정치 열풍` 부는 대학가

김형환 기자I 2025.03.19 15:23:29

‘찬탄’vs‘반탄’ 연일 시국선언 이어져
이준석 토크 콘서트, 2시간 만에 ‘매진’
‘찬밥’이던 정치·시사 동아리도 ‘인기’
전문가 “관심 긍정적…진영논리 주의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이른바 ‘운동권’의 몰락 이후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대학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이후 ‘정치 중심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과의 대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시사 동아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극단으로 갈라진 정치를 배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 집회 중심된 대학가…정치인 대담도 활발

19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포함해 70여개교 학생들(교수 제외)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시국선언을 진행하거나 동참했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며 지난달 10일 연세대 학생들을 시작으로 36개교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학생회 중심으로 이뤄진 탄핵 촉구 시국선언보다 규모가 작다는 차이점은 있다.

2018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후신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사실상 붕괴되며 정치 관련 이슈는 대학가에서 주된 이슈가 되지 못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들 역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인식해 이를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러던 중 탄핵사태를 맞이했고, 정치 이슈가 대학가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정치인 대담·강연에 대한 인기를 보면 대학생들이 최근 얼마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날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가 주최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토크 콘서트’에는 서울대 학생 300명이 참석했다. 좌석 수 때문에 300명 선착순 신청을 받았는데 약 2시간 만에 전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오는 19일 진행되는 홍준표 시장과의 토크 콘서트 역시 하루 만에 모든 자리가 예약됐다.

연세대·고려대 등 9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 ‘총학생회 공동포럼’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신촌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2일 충남대 학생 150여명을 만나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대 법학부는 유승민 전 의원을 초청해 학생들을 상대로 진로특강을 진행했다.

정치인과의 토크 콘서트를 추진하고 있는 김민성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은 “학교에 정치인을 불러 쟁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가 되선 안 된다”며 “연사를 학교로 불러 학생 앞에 세우고 쟁점 사안에 대해 묻고 대답을 들으면서 학생들의 정치 인식도 개선되고 본인만의 정치 철학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정치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개헌, 시대를 바꾸자’를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 동아리도 ‘인기’…전문가 “진영논리 주의해야”

운동 동아리 등에 밀려 ‘찬밥’이었던 정치·시사 관련 동아리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회원 모집이 어려워 존폐에 위기에 몰렸던 정치·시사 동아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이후 정치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연합토론동아리 ‘세론’은 올해 신입 부원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세론 회장을 맡고 있는 설유빈(가톨릭대 행정학과 21학번)씨는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부터 정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있다”며 “작년과 비교해보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긍정적이라면서도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탄핵이라는 정치 쟁점이 전반적인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했고 청년들이 스스로가 ‘스윙보터’라는 점을 자각하게 된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좋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관용하는 자세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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