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은 왜 중단하나"…사참위 부위원장, 항의 사퇴

박기주 기자I 2020.12.09 16:07:37

사참위法에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제외
최예용 부위원장 항의성 사퇴 표명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최근 국회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개정안에서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업무를 제외하자 이에 반발해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된 데에 항의하며 사퇴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참위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을 담당한 최 부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옥시레킷벤키저(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축소·은폐 의혹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앞서 국회 정무위 안건조정위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하면서 사참위 활동기간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은 사참위 업무에서 제외하고 피해자 구제와 제도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에만 한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부위원장은 “어찌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은 중단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항의성으로 사퇴를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국이 조사하는 직권조사 사건과 신청 사건 30여개 가운데 완성도 있는 수준으로 조사가 마무리된 건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가 국회에 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 참사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 부위원장은 “우리의 피조사기관”이라며 “피조사기관의 뜻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분과를 제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사참위는 이날 회견에서 대규모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옥시 싹싹 가습기 당번’ 제조사 옥시RB가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옥시RB는 2011∼2014년 서울대와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국내와 미국·인도 연구소에 흡입독성실험을 의뢰했는데, 이들 중 미국 WIL연구소와 인도 IIBAT연구소 실험이 옥시RB에 의해 중단된 사실이 사참위 조사에서 새롭게 파악됐다. 김앤장의 경우 소속 변호사들이 관련 실험 보고서를 검토했다는 게 사참위의 주장이다.

김유정 조사1과장은 “옥시RB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우 많은 흡입독성실험을 진행했고 폐 손상을 확인했으나 관련된 민사·형사소송에선 김앤장과 함께 독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위원장은 “옥시 영국 본사 관계자와 외국인 임원, 김앤장 변호사들의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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