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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원장은 기후리스크 관련 보험산업의 역할에 대해 “단순히 재난 이후의 복구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의 영향을 완화하고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의 정교화, 기술 혁신, 그리고 정책적 협력과 같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험회사가 기후변화, 특히 자연재해에 대비한 보험인수, 재보험 등 다양한 위험관리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낙오될 것”이라며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보험사들이 투자자산을 다각화해서 기후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산을 줄이고, 소비자들을 위한 보험상품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증가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와 함께 투자자산에 대한 전환 리스크를 증대시킨다”고 진단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 투자자산 중 35% 이상이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보험사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미국 AIG, 프랑스 AXA는 자연재해 발생 시 강수량 지표에 따라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 보험사들의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험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생명보험업계가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생명보험은 상품 만기가 길고, 비갱신상품은 보장기간 보험료가 변경되지 않아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액 더 클 수 있다”며 “기후변화는 종신보험금 지급과 건강보험 청구 변화 등을 통해 보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비롯한 종합보험상품, 생명보험 사망 담보 등으로 기후 관련 질환을 보장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폭염일수와 입원비율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심뇌혈관질환 입원율은 남성, 65세 이상 고연령, 외국작업자일수록 높다. 폭염일수와 사망보험금 지급 비율도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1980년대 7.9일에서 2010년대 14.5일로 늘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자연재해 및 건강 위험이 증가하면서 관련 보험손실도 증가한다. 지난 2022년 국내 보험사 자연재해 보험지급금은 2017년 3947억 3100만원에서 2022년 1조 2559억 1700만원으로 급증했다.
김경선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저감과 대응 △보험상품·서비스 다변화 △보험가격 관리 등 측면으로 나누어 보험사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녹색금융 참여, 보험사 운영 전반에서 탄소배출 감축목표 설정 등 기후변화 저감 및 대응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영향 측정·분석 역량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 필요도 있다.
아울러 보험상품과 서비스 측면에서는 친환경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친환경 행동에 대한 리워드 제공, 온열질환 등 기후 관련 위험 보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후 조건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다. 보험가격은 기후위험 및 보험료 부담이 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한편 적정 갱신주기 설정을 통해 손해율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보험권역의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 준수율이 타 업권에 비해 낮다고 평가했다. 황재학 금융감독원 ESG시스템리스크분석팀 박사는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리에 대해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와 금융회사 내규 차이를 점검한 결과 은행, 금융투자 권역의 준수비율이 보험 권역보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앞으로 기후리스크 관리체계에 대해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전환금융)을 활성화하고 기후리스크 관련 보험 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데이터 정합성 강화 등 리스크 분석을 고도화하고, 자연긍정 금융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기후리스크 감독 인프라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녹색분류체계(투자안의 녹색여부 판단기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녹색 프로젝트 자금 모집을 위한 채권 발행 기준), 녹색여신 관리지침(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취급 및 금융사 내부통제 기준) 등이 있지만, 여신 관리지침은 수년째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